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 2024년은 용띠 해가 된다. 연말 연시부터 언론에서는 토끼 해가 가고 용띠 해가 왔다고 떠들썩하게 이야기하지만 용띠 해는 1월1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띠라는 것은 양력도 음력도 아닌 입춘(立春)을 새해 첫날로 하는 절기력(節氣曆)을 사용하므로 엄밀하게 말하면 2024년 2월 4일부터 용띠 해가 시작된다. 따라서 양력 1월 1일부터 2월 3일에 태어난 사람은 용띠가 아니라 아직은 계묘년(癸卯年) 토끼 띠인 것이다.

매년 띠를 정해주는 동물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불교에는 땅을 지키는 열두 수호신으로 12방위에 맞추어 동물 얼굴에 사람 몸을 가진 십이지신이 있다고 한다. 십이지신은 자(子)는 쥐, 축(丑)은 소, 인(寅)은 호랑이, 묘(卯)는 토끼, 진(辰은) 용, 사(巳)는 뱀, 오(午는) 말, 미(未)는 양, 신(申)은 원숭이, 유(酉)는 닭, 술(戌)은 개, 해(亥)는 돼지를 말하며 이 동물들은 각각 시간을 나타내고 그 해에 태어난 사람의 띠가 되기도 하는데 도교의 방위 신앙에서 영향을 입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아마도 처음에는 열두 지지를 시간을 가리키는 말로 쓰기 위하여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한자를 잘 모르는 일반 백성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우리 생활에서 친숙한 동물들을 대비시킨 것으로 짐작이 된다. 하지만 한자 명칭이 동물의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시간과의 연관을 명확하게 연결 짓기가 어려우므로 그 연관성도 뚜렷하지 못하다보니 다음과 같은 설화가 만들어지기도 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

옛날에 하늘의 대왕이 음력 1월1일에 하늘의 문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동물 순서대로 높은 지위를 주기로 했는데 동물 중에 소가 가장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쥐는 자신이 1등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하여 꾀를 내었다. 소의 머리에 타고 뿔을 잡고 있다가 소가 문을 통과하는 순간에 뛰어 내려 쥐가 1등, 소가 2등이 되었다고 하는 등 각 동물의 특성과 시간적 순서를 잘 나타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와같이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동물들을 대비시킴으로써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동물의 특성과 시간적 개념을 연관시켜서 시간의 구분과 함께 시간에 따르는 올바른 활동을 위한 가르침을 주고자 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쥐(밤11시∼1시)는 이 시간에 먹이를 저장하고 새끼를 낳기 때문에 다산과 풍요를 상징하고 재치있고 도전적인 성격이며, 소(새벽1시∼3시)는 인내심이 강하고 안정적인 성격이다.

호랑이(새벽3시∼5시)는 용명함과 길흉화복을 상징하며 용감하고 힘찬 성격을 지녔고, 토끼(새벽5시∼7시)는 온순과 인내의 상징이며 설화나 전설에서 보면 상황을 잘 파악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용(아침 7∼9시)은 돌파력, 결단력을 상징하며 유일하게 실제 동물이 아닌 상상의 동물로서 우두머리로서의 독립심과 리더십을 의미한다.

뱀(아침 9시∼11시)은 집중력, 의지를 상징하며 신중하고 계산적인 성격을 지니며, 말(오전 11시∼오후 1시)은 강인함과 고지식함을 상징하며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성품을 지닌다. 양(오후 1시∼3시)은 온화하고 친절한 성격이며, 원숭이(오후 3시∼5시)는 재능이 많고 영리한 동물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닭(저녁 5시∼7시)은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을 지녔고, 개(저녁 7시∼9시)는 충실하고 성실한 성격이며, 돼지(밤 9시∼11시)는 관대하고 활기찬 성품을 지녔다.

따라서 띠를 이야기할 때는 이와같은 의미를 알고 이들이 지닌 좋은 특성과 교훈을 본받고자 하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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