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충북교육노조가 14일 충분한 인력 보강과 재정지원도 없이 학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밀며 추진하는 늘봄학교 도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늘봄 운영을 위한 공간 부족과 학교 현장의 상황, 학교 노동자들의 요구, 양육자의 노동조건 문제 등을 중단 요구의 이유로 꼽았다.

한번 생각해 보자. 저출산으로 인한 위기가 단순 걱정거리가 아닌 ‘재앙’으로 가는 국가, 대한민국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가정에서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뭐니뭐니 해도 비싼 주택과 자녀교육이다.

이게 전혀 다른 문제인 듯 해도 따지고 들어가 보면 자녀교육 한가지로 맞물린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 없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는 언감생심이다. 결국 맞벌이를 피할 수 없는데 이런 부부의 최대 고민은 자녀 돌봄 문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돌봄이 여의치 않아 부모 중 한 명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리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이런 고충을 해결해 주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돌봄학교 정책이다. 정규수업 전이나 저녁때까지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가 그것이다. 늘봄도 돌봄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수업 외에 놀이 중심의 예체능 프로그램을 2시간 무료로 제공하며 최대 오후 8시까지 초등학교에서 학생을 돌보는 방식이다.

아이 돌봄을 ‘퍼블릭 케어’ 즉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와 부모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긴 채 직장도 다니고 사회생활도 편하게 해줄 수 있는 제도이니 공감하지 않는 부모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이게 맞벌이 부부들에게는 구세주 같은 제도인데 문제는 아이들을 돌봐줄 현장, 즉 학교 교사들의 아우성이다.

올해 1학기부터 매일 2시간씩 음악·미술·체육·수학·과학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무상 제공한다. 업무는 교사가 아닌 늘봄지원실이 맡고 해당 인력은 상반기에 기간제 교원 2250명, 하반기에도 총 6000명을 채용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기왕에 팔 걷고 나선 제도이니만큼 잘 하려면 정부와 교육당국이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부작용과 말썽이 잦으면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특히 그 피해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갈 경우 안하느니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충북교육노조의 주장이 거짓일리 없다면 당장 방과 후 교육의 질을 담보할 공간을 어떻게 확보할지 충북도교육청이 해답을 내놓고 교사들을 설득·이해시켜줘야 한다.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고려해 늘봄 업무를 교사에게서 분리한다고 하지만 교사들은 “믿기 어렵다”며 정부 계획에 의문을 단다. 결국 이런저런 업무가 하나둘씩 교사들에게 떠맡겨지면 그땐 되물리지도 못하니 그런 우려를 하는 게 이해도 된다.

학부모들이 정책 자체는 환영하지만 돌봄의 질이 담보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며, 정부가 제도상 미흡한 걸 알면서 무조건 밀어붙이지도 말아야 한다.

어차피 ‘잘하자, 좋게 되자’고 시작한 정책이니만큼 정부, 학교와 교사, 학부모 모두 제도의 성공적 안착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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