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기 한국교통대 교수

지역대학이 글로컬(Glocal)대학 30이라는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글로컬대학 30은 교육부가 2026년까지 비수도권 지역대학 중 30곳을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하여 현재 대학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가장 큰 위협이 되는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격차에 대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본 사업은 대학에 대한 재정지원에 따른 지역대학과 지역사회와의 유기적인 파트너십으로 글로벌 수준의 지역대학 육성으로 대학이 지역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10곳의 글로컬대학이 지정되었으며 우리 지역에서는 한국교통대와 충북대학교가 ‘통합을 통한 혁신 극대화로 지역과 함께 세계로’라는 비전을 걸고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바 있다. 애초 대학 규모에 맞는 혁신 전략 여부가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통폐합이 전제가 된 경우 사업 선정에 유리했다는 판단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인지 권역별로 대학 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권역 역시 이미 지정된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해 대학 간 통합 논의가 구체화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그간 지역대학 지원을 통한 지역 활성화 정책은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없었으며 그 연원을 살펴보면 박정희 정부 시절이었던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수의 서울지역 주요 대학들이 지방에 분교나 이원화 캠퍼스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박정희 정부 시절의 대도시 인구 분산 시책 때문이었다. 국토의 균형 개발을 위한 수도권 인구 재배치 계획에 따르면 대학의 이전, 합병 및 분교 설립을 지원하고 사립대에 대해 지방 이전에 따른 증과, 학생 증원 등 행정지원과 함께 학교 부지 선정과 교육차관 알선 등의 재정지원책을 강구한다고 하였다. 당시에도 서울지역 대학의 정원은 서울의 과밀을 막기 위해 동결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늘어가는 인구를 분산하고 산업화에 따른 학력 문제를 해결하면서 교육을 위한 인프라를 적정하게 제공하는 방법이 바로 서울지역 사립대학의 지방분교 설치였다. 그 결과 수도권에 1개교, 비수도권에 4개교의 분교가 설치되었고 그 외 다수의 대학에서도 계열을 분리하거나 특성화 분야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원화 캠퍼스를 신설하였다. 일부 대학에서 본교와 분교 재학생 간의 갈등과 분교와 이원화 캠퍼스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운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이들 대학이 지금껏 지역의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였고 서울지역의 인구과밀 억제에도 적지 않게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정희 정부 시절과 지금, 대학 교육이 처한 환경을 비교했을 때 학령인구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지만 대학을 통한 지역 혁신과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점에서는 정책 목표 상에서의 차이는 없다. 또한 인재 양성의 목표 역시 박정희 정부 시절에는 산업화를 견인할 수 있는 전문 기술 인력 양성이었다면 지금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점에서 정책이 추진되는 시점에서의 국가 경제 및 기술 수준이 반영되어 있을 뿐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하겠다.
글로컬 대학 사업 추진 배경 중 하나로 학령인구 감소가 거론되고 있지만 대학 통합은 단순한 대학 규모의 축소나 캠퍼스 이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사회와 대학의 유기적 협업을 통한 대학의 담대한 혁신으로 지역 특화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혁신 선도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지역대학을 만들고 지역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과 함께 정주하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것이 글로컬대학 사업의 본질이다. 통합대학 운영에 대해서는 국내 대학의 이원화 캠퍼스나 분교 운영에 따른 우수 사례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 통합에 따른 단과대학이나 학과의 통합과 재배치에 앞서 글로컬대학 사업 추진에 따른 결과가 충북 지역 내에서의 또 다른 지역 편중이 아닌 충북 지역 전체의 균형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내실 있는 사업 설계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홍연기 한국교통대 교수
홍연기 한국교통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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