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율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최서율 청주시 상당보건소 감염병대응과 주무관.

[동양일보]일반적으로 쓰이는 관용어 중 ‘홍역을 치른다’라는 말이 있다. ‘아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는다’라는 뜻으로, 관용어를 남겼을 만큼 홍역은 천연두, 콜레라와 함께 이 땅에서 오랫동안 명맥을 이어온 감염병 중 하나이다.

특히 홍역은 속칭으로 ‘제구실(자기의 의무)’, ‘제 것(자기 소유)’으로 불려왔는데, 이는 누구나 평생에 한 번씩은 경험하는 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홍역이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일상에 밀접하게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홍역을 일으키는 홍역바이러스는 사람이 유일한 숙주로 침방울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이나 공기를 통해 전파된다. 전염력이 강해서 홍역에 면역이 없는 사람이 홍역바이러스에 노출되면 90% 이상 감염될 수 있고, 홍역 환자 1명이 12~18명을 감염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인 잠복기는 10~14일이고 잠복기 이후 발열, 콧물, 기침, 결막염같이 감기와 유사한 상기도 감염 증상이 4일여간 발생하다가 전신발진, 구강 내 회백색 반점(코플릭반점)과 같은 홍역의 전형적인 발진이 발생한다. 홍역은 예방접종으로 예방 가능하여 현재 국가 예방접종 사업을 통해 12~15개월과 4~6세에 2회 접종을 하도록 하고 있다.

국가 예방접종 사업 도입 이후 홍역 환자 발생은 점차 감소했다. 1980년대 초까지 연간 4~6천 명 정도였던 홍역 환자가 국가 예방접종이 시작된 1985년 이후 연간 1~2000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2차 접종이 시작된 1997년 이후에는 연간 100여명 이하로 감소했다.

환자 발생이 줄어들었어도 4~6년 주기의 유행과 대규모 유행은 지속됐다. 2000년~2001년 5만여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하는 대규모 유행이 있었는데, 주로 2세 이하와 7~15세에서 발생하였으며 이는 해당 연령층의 예방 접종률이 낮았던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계기로 2001년에 백신 따라잡기 사업, 초등학교 입학 전 홍역 예방접종력 확인 등 홍역에 대한 2차 예방 접종률을 95% 이상 유지하기 위해 여러 사업을 펼쳤으며 홍역 발생 감시를 강화했다.

그 결과 2006년에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를 제외하면 더 이상 국내에서 발생한 홍역은 없는‘홍역 퇴치’에 이르렀으며 2014년 WHO로부터 홍역 퇴치 인증을 받게 됐다.

하지만 2006년 이후에도 해외에서 유입된 사례와 이와 연관된 소규모 유행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2014년에는 해외 유입 사례에 의한 2차 전파로 442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해외여행이 줄어 홍역 환자 발생이 없다가 지난해부터 해외 유입 홍역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작년부터 세계적으로 홍역이 유행하고 있어 올해도 홍역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해외 홍역 유행에 대비해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여행객들은 홍역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홍역 예방접종력이 없거나 확인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출국 4~6주 전 예방접종(2회 접종)을 완료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 중에도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고 해외여행 이후 건강 상태를 자세히 확인해 홍역 의심 증상이 생기면 즉시 의료기관에서 진료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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