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연 시인, 청소년 시집 『생크림 태양』 출간
“후미진 구석에 깃든 마음을 보듬는 시편들”

 

아빠의 관 위로 한 삽 한 삽 흙을 떠 넣었다. / 사라져, 묻힌 기억마저 잊힐까 봐 / 흙을 덮어 둥근 자국을 만들었다. // 빠파빠파 아빠와 아파를 함께 불렀다. / 빠파빠파 읊조리면 / 오로라 빛 다정한 리듬이 / 내게로 와줄 것만 같았다. // 아빠 아파 아빠 나 아파 / 끼적이는 사이 / 빈 종이에 갇힌 눈물이 / 빠파빠파빠파파 재잘거린다. // 바다를 쪼던 빛 점처럼 / 빠파빠파들이 / 가슴에서 미어졌다. // 아빠라는 말 // 쓰라릴 때 바르라며 / 태어나기도 전에 들려준 말이었다는 걸 / 아빠, 아빠 //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의 날들이 / 수없이 반복되고 / 오랜 날이 흘러 땅이 텅 비는 날. // 다음 생을 기약하는 그날이 오면 / 동그란 생으로 피어나 줘. // 아빠, 아빠 / 아아빠아. ,전문

조하연 시인
조하연 시인

 

조하연(44·사진) 시인의 청소년 시집 생크림 태양이 출간됐다. 이번 시집에는 58편의 시와 7편의 시낭송 음원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오랜 시간 청소년의 마음을 시로 보듬어 온 그의 시편들은 청소년들의 마음을 읽고 직접 말을 건네며 시인의 몸과 함께 달린다. 가시를 흠이라 믿고 자신의 늪에 제 마음을 던지고 마는 일들을 시인은 시로 붙들어 한 권의 시집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그는 위태로워 아름다운 청소년들의 시기를 기로 이끈다.

시인은 자연스럽게 체득된 일상의 서사 위에 아프게 놓인 마음을 시로 가만히 어루만진다.

조 시인은 삐딱하고 허름하고 후미진 구석에 깃든 마음을 시()로 보듬는다. 부드럽고 강한 힘을 지닌 시()는 상처에 바르는 연고가 되어주고 시린 가슴은 시()를 딛고 아물어 간다. 그렇게 가시는 시()가 된다시집이 나오면 으레 아빠 나무를 찾는다. 가지의 투박한 촉감을 느끼고 나면 비로소 할 일을 마친 것만 같았다. 그에게 밝음을 배웠고 상실의 슬픔마저 익혀가는 중이다. 완성되지 않을 슬픔이라 쓰며 견딘다. 내게 내 시가 그랬던 것처럼 생크림 태양도 시린 마음 곁에 걸어두는 태양이면 좋겠다. 먼 슬픔을 환히 비추는 그런 태양이기를.”이라고 출간 소감을 전했다.

조하연 시인은 2005년 오늘의 동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동시집 하마 비누, 눈물이 방긋, 올백 아닌 올빵, 그림책 소영이네 생선가게,형제설비 보맨, 가리봉 호남곱창, 에세이 잠시, ()었다 가자, 내게로 체크인등을 출간했다.

도복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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