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 양상이 가시화되면서 의료 파행이 현실화하고 있다.

생명이 위태로운 중환자가 몰려드는 5’ 병원인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은 19일 사직서를 무더기 제출하고, 20일부터 근무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 추세다.

대전성모병원 인턴 21명 전원과 레지던트 26(전체 48) 등 전공의 47명이 사직서를 내고 이날 오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직서를 낸 인턴 3명은 환자 처치·차트 작성 등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 전공협의회장도 이날 정오를 전후해 병원 측에 전공의(전체 95) 42명의 사직서를 모아 제출했다. 대전선병원 전공의 21명 중 16명도 이날 사직서를 냈다.

충북대병원 소속 인턴 33명 중 29명이 17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 90% 정도가 현재 출근하지 않는 상태다. 50~70명의 레지던트까지 20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성모병원 전공의 28명 전원은 지난 16일 사직서 제출 의사를 밝힌 뒤 20일부터 근무하지 않겠다고 병원 측에 통보한 바 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 중 14(레지던트)은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부분 병원은 예정된 수술을 취소 또는 연기하는 등 전공의들의 이탈에 대비하고 있다.

충북대 의과대학 학생들도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 학교 학생 190여명은 이날부터 의학과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학교 측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이날 전국 221개 전체 수련병원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전에 내렸던 명령이 필수의료에 대해 병원을 상대로 한 것이라면, 이번 명령은 모든 전공의에게 진료 현장을 떠나지 말 것을 요구한 것이다.

복지부는 더 나은 여건에서 의사로서의 꿈을 키우고 과중한 근로에서 벗어나 진정한 교육과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이번에는 반드시 개선하겠다고 하면서 환자를 등지지 말기를 호소했다.

복지부는 현장 점검에서 진료 업무를 이탈한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복귀)명령을 내리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의사면허 정지 등 조치하고 고발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 집단행동 대응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를 운영하며 환자 피해 사례를 상담해주고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소송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을 결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집단 진료중단 행위를 담합으로 보고 22일께 집단 진료 거부에 동참하는 전공의들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도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기 위한 범국민행동인 국민촛불행동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의료계의 집단행동에는 엄정히 대응해야겠지만, 응급실이나 수술실 진료 공백이 생기지 않게 전력을 기울이며 설득과 대화를 포기해선 안 된다.

강대강 대치로 인한 파국의 피해는 정부도, 의료계도 아닌 제때 수술과 진료를 받지 못한 국민들이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정치권도 사태를 수수방관하면서 총선 유불리만 따질 게 아니라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칠 때다.

의대 증원 반발을 둘러싼 대립이 의료 대란이나 파국을 초래해선 안 될 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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