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이창식 세명대 교수·시인

[동양일보]민속학자 김영진(金榮振: 1937~2016)은 충북의 유일 ‘민속박물관’이라 불렀다. 그는 1937년 괴산군 청안면 청룡리88에서 출생하여 청주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청주대 교수, 충북 문화재위원을 역임하였다. 충북민속문화 연구 분야의 대부로서 방언 연구를 시작으로 민속학 분야에 주로 활동하였다. 충북도내 중요한 문화재 항목 발굴과 지정에 기여하였다. 청주농악보존회 회장을 맡아 청주농악 기록화 작업을 진행하였다. 흥덕사지 발굴과 <직지심체요절>의 흥덕사지 인쇄도 확인하였다.

충청북도의 민속언어와 무가(巫歌), 농악, 민속신앙 등 충북문화 전반에 걸친 21권의 단독 저서를 비롯해 20권의 공저와 수 편의 보고서, 102편의 논문을 썼다. 충북문화를 발굴 정리한 <충북문화론고>와 충북 전역에 걸쳐 고서(古書)에 존재하는 지명에 관한 해설을 붙인 <충북역사지리사전>, 괴산군에 현존하는 시문을 모은 <괴산시문집>, 아울러 <충북무가집>도 주목된다. 산신제와 동제 등 충북에 현존하고 있는 민속현장을 발로 누비며 이를 복원하고 기록한 <충북민속의 현장> 등이 그의 대표적인 책이다.

충북 지역과 청주의 중요한 문화유산들을 발굴하였다. 특히 청주흥덕사지 발굴조사단장을 맡아 지금 여기 청주시 운천동의 ‘직지’ 브랜드와 ‘청주고인쇄박물관’이 탄생하게 된 토대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원형(原形)이 아닌 고형(古形)이라는 표현을 강조하여 설위설경, 설계리와 용몽리, 마수리 농요, 삼회향놀이 등 민속 복원·채록·전승에 평생 집중하였다. 한국정신문화원에서 출간한 <한국구비문학대계>중 ‘충북편’ 4권을 선보여 구비문학 조사에도 많은 업적을 냈다. 대체로 충북다운 향토색과 지역의 특성을 확인하기 용이하다.

그는 정년 후 청주시 미원면 월용리 시냇가 ‘옥화대 팔경 마당소’에 터 잡아서 ‘학고산방(學古山房)’을 마련한 후 민속학, 지역학 연구에만 매진하였다. 특히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무형문화재 기록화 사업이다. 특별히 귀하게 여겼던 청주농악은 보존회 회장을 직접 맡으면서 원형유지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유가족과 제자 정종진에 의해 유고집 <충북문화사전>(태학사, 2017)이 출간되었다. 지역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충북민속학 연구자들에게 귀감 사전류가 되고 있다.

제도권 안에서 향토학, 지역학의 기초를 닦았다. 청주인문자원에 대한 선구적 방향을 제시하였다. 충청문화권에서 유무형문화재 보존과 지정의 전범을 보였다. 민속신앙 곧 자연신앙과 무속신앙 분야의 체계화에 앞장섰다. 길쌈노래, 입담과 육담학 등 민속문학의 해학적 구연에도 탁월하였고 무속인들 무대 세우기, 설위설경 앉은굿, 송이놀이, 오티별신제 등 발굴, 지역문화의 유래 고증에 매우 밝았다.

그를 기리기 위해서는 ① 충북학연구소든 청주시정연구원이든 청주역사문화연구소든 그에 대한 학술적 평가 작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② 청주대박물관이든 국립청주박물관이든 김영진 특별전시관이 마련되어야 한다. ③ 그의 성과물과 활동 사례에다가 청주학적 정립과 학술발표, 학술상 제정이 필요하다. ④ 그의 학술 자료 정리 총서 간행과 민속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다. ⑤ 특히 그가 관여한 전승물 사진을 묶어 기획전(송봉화 도움)을 열고 학덕비를 세워 축제화해야 한다.

이러한 자체가 청주학의 출발이고 근간이 된다. 청주시는 청주시정연구원과 청주역사문화연구소를 만들었다. 청주시정연구원은 돌봄 문화도시, 시민 중심의 소통도시를 실현하는 기관이기에 실현 가능한 현장중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 청주의 미래지향적 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시민과 함께 성장하며 청주시의 정체성 방향을 제시하는 솔루션뱅크 기능도 해야 한다. 시민의 존엄과 가치를 높이는 도시 구현에도 앞장서야 한다.

청주역사문화연구소도 개소 취지에도 밝혔듯이 이러한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분야의 전문 스텝을 포용하고 정책 입안의 기초가 되는 각종 시스템을 연구하는 독립 기관인 셈이다. 청주시 정체성 위주의 싱크탱크 역할에 최적의 조건을 갖춰 지역자원 연구에 매진한다. 문제는 두 기관이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혈세를 줄이고 정치 성향의 논란을 줄이기 위해 이 둘을 ‘청주학연구소’로 통합해야 마땅하다. 청주학연구소의 이론적 기반은 김영진의 학문적 축적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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