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 55% 사직서 제출
장기화 시 총선판 영향 배제할 수 없을 듯...여야 촉각

사진=연합뉴스

[동양일보 이민기 기자]4.10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이 ‘중대변수’로 부상하고 있다는 시각이 증폭하고 있다. 실제 충청권을 포함해 전국 곳곳에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는 등 의료 대란이 현실화 단계에 처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교적 병증이 가벼운 사람은 상황이 다소 진정될 때까지 전공의가 빠져나가 혼란스러운 대형병원 대신 정상 운영되는 병·의원을 이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불가피하게 치료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사람들이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했다. 2035년까지 의사 1만5000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셈법이다.

이날 정부에 따르면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점검을 한 결과 전공의 6415명(55%)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25%가 근무지를 이탈했다.

충청권도 의료 대란의 진입로에 놓였다. 이날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이 병원에 근무하는 레지던트 91명 중 68명(부천 순천향대병원 파견 1명 포함), 인턴 29명 중 27명 등 전공의 9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천안 단국대병원도 전공의 136명 중 102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날 충북대병원은 이 병원 소속 인턴 33명 중 29명이 17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했고 90% 가량이 결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청주 성모병원은 전공의 28명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대전성모병원에선 인턴 정원(21명) 전원과 레지던트 정원(48명) 중 26명(54.2%) 등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준비 중인 여야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총선판에 미칠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일 의료 대란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유권자들이 총선에서 표를 통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평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었다는 판단에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가 어떤 취지에서 의대 증원 정책을 준비하는지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해 국민을 위한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우리당이 연간 400명 정도를 10년간 늘리자고 했는데 무려 그 다섯 배인 2000명을 증원하면 의대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 저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충청권은 역대 선거에서 변수가 통했다. 17대 총선에서 ‘노무현 탄핵 역풍’이란 변수가 발생해 열린우리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이 충북(8석)과 대전(6석)을 모두 쓸어 담았고 충남(10석 중 5석)에서도 과반을 획득했다. 박근혜 정권 초기인 2014년 실시된 민선 6기 지방선거 전에는 4.16 세월호 참사가 벌어져 충청권 4곳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민주당이 석권했다. 다른 맥락이지만 21대 총선에서는 '코로나19'라는 변수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깜깜이 선거운동이 전개됐다. 특별취재팀 이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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