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평균 연령 76세, 작업시간 1일 5.4시간, 일주일 중 6일 노동, 월평균 수입 고작 15만9000원으로 시급 1226원(최저임금의 13%), 전국 종사자 총 4만2000명, 10명중 4명 우울중상에 의한 자살충동.

보건복지부가 최근 사상 처음으로 발표한 ‘2023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보고서 내용이다. 폐지수집 노인은 손수레 등을 이용해 재활용품을 수집·판매하고 그 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이 겪는 노년의 고된 삶이라는 점에서 우울한 자화상이 아닐수 없다.

청주시가 19일 '폐지 줍는 노인' 일제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일자리와 정신건강을 돕기 위한 조처다.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시는 먼저 지역 132개 고물상과 연계해 이들 노인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행정복지센터와 이·통장을 통해서도 해당 노인이 있는지 살필 예정이라고 한다.

조사 후에는 개별상담해 생활 실태와 근로·복지 욕구 등을 파악한 뒤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누락된 노인은 최저생계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후속 방안이 마련될 걸로 보인다.

노인들이 폐지 수집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몸은 건강하고, 앞으로도 살 날이 많은데 당장 먹고 살 여력이 없어서다.

조사에 따르면 폐지수집 노인의 약 55%가 ‘생활비 마련’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묻는 질문에도 ‘경제적 지원’이라는 답이 85.3%로 가장 많았다.

이분들을 공공의 영역으로 품고 행정기관이 나서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적 지원은 물론 우울감 해소와 과로 및 교통사고로부터의 안전 등을 동시에 해결하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이 데이터가 처음 공개된 게 2009년인데 놀랍게도 그 이후부터 올해까지 한번도 2위 이하로 내려간적이 없다고 한다.

노인빈곤 문제는 모든 국가의 공통된 숙제이긴 하다. 국가가 나서도 매우 만족스러운 명쾌한 해답을 찾기도 쉬운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예를 들어 모 지자체에서는 폐지수집 노인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한 할머니의 취미를 살폈더니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캔버스에 자원봉사 예술가들의 그림이나 캘리그래피를 덧입혀 실내 장식 소품으로 만드는 일을 맡겼더니 ‘명품’에 가까운 작품이 나오더란다. 그동안 폐지를 줍던 할머니는 폐지 수집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자리를 찾은 것이다.

청주시의 노력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정부차원에서도 전국의 폐지 수집 노인들을 보다 면밀히 파악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복지 서비스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챙겼으면 한다.

또 이번 기회에 노인 빈곤층에 대한 범국가적 범국민적 관심을 기울여 이분들이 더 이상 사회 밖으로 밀리고 서러운 여생을 보내지 않도록 하자.

늙는 것도 억울한데 빈곤의 늪에서 허덕이기까지 하는 건 엄혹한 세대를 살면서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그분들에 대한 배려가 아닌 것이다.

공적 시스템에서 이분들에 대한 케어는 물론 각종 사회단체 등 민간 차원에서도 남의 일처럼 외면하지 말고 항상 관심을 갖고 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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