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억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신부

반영억 청주 내덕동 주교좌성당 신부

[동양일보]“진짜는 사랑받는 만큼 의연해질 줄 알고, 사랑받는 만큼 성숙할 줄 알며, 사랑받는 만큼 사랑할 줄 안다. 진짜는 아파도 사랑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남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를 의심하지 않으며 살아가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다”(장영희).

촉촉이 내리는 봄비가 묵었던 더러움을 깨끗이 씻어주고 생명을 움트게 하는 촉진제가 되며 농사에는 단비가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유형을 얘기할 때 꼭 있어야 할 사람,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 없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 꼭 있어야 할 사람은 다른 이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며 희망을 안겨 주는 사람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변덕을 부리지 않는 한결같은 사람으로 이타적인 사람이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은 어떤 상황이나 처지에 따라 말과 행동이 바뀐다. 개인주의적인 그는 셈을 하여 이랬다저랬다 하고 종잡을 수 없기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없었으면 하는 사람은 좌충우돌이다. 사사건건 따지고 가르치려 하여 문제를 일으키고 분란을 만든다.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 자기만 내세우고 챙기는 철저히 이기적인 사람이다.

불타는 초와 녹아 없어지는 비누를 생각해 보자. 초는 자기를 녹이지 않고서는 빛을 비출 수 없다. 녹아 없어지지 않고 거품을 내지 않는 비누는 더러움을 없애지 못한다. 타지 않는 초, 녹지 않는 비누는 본연의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나를 태워서 상대를 비추고 돋보이게 할 수 있다면, 나를 녹여서 더러움을 씻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숭고한 삶이겠는가? 사람은 저마다 자기 고유한 몫이 있고 자신의 처지와 분수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 또한 이웃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된다면 그것이 가치 있고 행복한 삶이다.

정치인은 왜 필요한가? 의료진은 왜 존재하는가? 환자를 위해 의사가 필요한가? 의사를 위해서 환자가 필요한가? 정치인을 위한 백성인가? 백성을 위한 정치인인가? 섬김을 받으러 오지 않고 오히려 섬기러 오신 예수님의 모범과 자비의 손길이 더욱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다. 아름답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람된 일을 찾고 남모르는 희생과 헌신으로 열정을 다해야 한다. 온갖 소리로 시끄러운 세상일지라도 의미 있는 일을 추구하면 그릇된 길에 한눈팔지 않고 후회 없는 삶을 살게 된다.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품격이란 것이 있다. 그러나 꽃도 그 생명이 생생할 때에는 향기가 신선하듯이 사람도 마음이 밝지 못하면 품격을 보전하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오히려 그 냄새가 고약하다”(셰익스피어). 모두가 향기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꿀과 향이 있으면 벌, 나비가 모여들게 마련이다.

성경은 말한다. “새 포도주를 헌 가죽 부대에 담지 않는다....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래야 둘 다 보존된다”(마태9,17). 마찬가지로 새로운 일을 하려면 새로운 생각으로 철저하게 무장해야 한다. 낡은 생각으로는 새 일을 할 수 없다. ‘그때가 좋았는데’ 하고 과거를 그리워해도 이미 지난 역사이다. 그 역사는 디딤돌이 되어야지 장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전부터 늘 그렇게 해 왔다’ 는 낡은 생각과 관행, 고정관념에 매여있어서는 새로움을 맛볼 수 없다. 맑고 밝은 미래를 희망하는 만큼 나부터 새롭게 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법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계절의 변화를 재촉하는 봄비와 함께 낡은 옷을 벗어 버리고 새 옷으로 갈아입을 때이다.

새 옷의 핵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희생이다. 부모의 사랑을 떠올려 보면 얼마나 큰 보호를 받았는가? 사랑은 보상을 바라지 않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상대를 위해 자기를 희생할 줄 안다. 참된 사랑은 본인의 이득을 위해 사람을 이용하지 않고 이기적인 마음을 절제할 줄 알며 자기의 안위만을 챙기지 않고 상대의 삶과 생명을 거룩하게 여긴다. 그리고 상대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도록 재촉한다. 진짜 중요한 것은 헌신과 사랑으로 희생을 감당할 주체가 ‘나’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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