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구 바이오톡스텍 대표·충북대 수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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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일보]무병장수! 수명연장! 인간의 영원한 로망이다. 구글은 칼리코라는 수명연장 회사에 2조원을 투자해 수명 500세 프로젝트 추진중으로 모토는 죽음치료이다. 아마존 창업자도 “죽음을 조절할 수 없다면, 인간은 자율적인 존재가 아니다”며 거액을 투자했다. 인간의 최대 수명은 115~ 125세로 500세 수명연장은 꿈같은 목표지만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몇 세가 노인의 기준이 될까? 수명연장과 건강장수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2023년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83.6세, 건강수명은 73.1세로 10세 차이가 있다. 건강장수는 축복이지만 병들어 누운 채 오래 살면 재앙이기에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자력으로 끝까지 신체활동을 유지하는 기능장수가 중요하다.

필자도 올해 칠순이다. 노인 혐오, 폄하가 성행하면서 필자도 추하고 자기 고집만 피우고 잔소리만 하는 꼰대가 되었다. 송강 정철의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나를 주오~늙기도 서러운데 짐조차 지실까.”라는 노인 공경시가 생각난다. 전철에서 노인이 다가오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던 미풍은 이젠 없다. 핸드폰에 꽂혀 앞에 노인이 서 있는 것도 모른 채 도착역에서 노인을 밀치고 바쁘게 내리는 것이 요즘 세대 모습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도 핸드폰에 보느라 이웃과 인사를 나누지 않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부모와 어르신을 하늘처럼 받들고 자식을 위해 목숨을 걸고 뒷바라지했던 세대는 귀찮은 애물단지, 초라하고 멸시당하는 노인으로 전락했다. 한국전쟁 전후 절대 빈곤의 시기에 태어나 사막의 모래 폭풍에서 일하고 베트남 참전, 최빈국을 경제 대국으로 키운 산업 전사였다. 정치인들까지 노인 폄하에 열을 올린다. 한 정치인은 노인의 최대의 비극은 오래 산다는 것이라든지, 노인과 젊은이 표가 같은 것은 불공정하므로 남은 기대수명으로 계산해 투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한다. 지금 투표하는 노인들은 미래에 살아있지 않을 사람들이라 한 표도 아깝다 한다. 한 정당은 노인의 무임승차 폐지를 공약했다. 경로석은 커녕 의자 없는 전철이 성행이다. “어릴 때는 삶이 아주 길 것 같았지~이제는 두려울 만큼 짧다는 것을 알아”라는 노래도 있지만 그들도 곧 늙는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늙으면 스스로 산에 가서 고려장을 당하는 것이 타당하다. 나이테가 몇 개인 나무와 나이테가 70개인 큰 나무가 같은지?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노인 공경 사상은 사라진 지 오래다.

오래된 나무일수록 든든한 나무가 되어 바람도 막아주고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것처럼 노인의 오랜 경륜과 누적된 지혜는 젊은 세대의 정신적 지주이자 멘토이다. 새벽의 동트는 햇살도 아름답지만, 붉게 물든 저녁노을 또한 아름답다. 일반 정보는 SNS로 쉽게 얻을 수 있지만 삶의 경험으로 쌓아 온 노인의 지혜는 SNS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다. 노인을 공경하고 보호할 줄 모르는 사회에는 미래가 없다. 노인의 숙련과 경륜을 천대하면 사회는 젊어지는 것이 아니라 파멸에 이르게 된다. 일의 의욕이 높고 기술과 경험이 축적된 고령층의 조기 은퇴는 국가 인적자원의 손실이다. 노인은 쉬면 일찍 늙고 빨리 죽는다. 노인 자살률 세계 1위 원인은 경제적 빈곤이다. 노인에 일자리 제공으로 빈곤으로의 추락을 막아 자신의 노후를 책임지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노인은 나의 과거가 아니고 누구나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새해에는 어떻게 살까? 노년이지만 항상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면 치매나 병들지 않는 한 오늘이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아닐까?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다. 자연 인구소멸과 세계 1위의 낮은 출산율로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4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되어 젊은 세대의 부담은 배가된다. 노년의 삶을 책임지기 위해 건강수명이 중요하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9988의 건배사처럼 죽기 직전까지 자신을 책임지며 남에게 베풀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노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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