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 중원대 교수

김택 중원대 교수

[동양일보]국회의원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각 정당은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해당 지역구에 유리한 후보를 찾고 있지만 특정 지역구는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매년 총선에 새 인물을 수혈하기 위해 기존 국회의원들을 컷오프 하지만 이번 총선에는 야당만 교체하는 등 여당은 기존 인물들이 자리를 꿰차는 듯하다.

공천은 공정성과 정당성을 통해 정당 민주주의를 달성할 좋은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려면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로 변화하여야 하는데 그러질 않고 있다. 그저 정당의 대표 눈치만 봐야 하고 눈 밖에 나면 공천에서 잘리고 마는 것이다. 이러니 정당발전이 더디고 비민주적인 시스템이 난무하는 것이다. 최근 야당의 공천 과정이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 공천 파동은 우리나라의 정당들이 전근대적인 시스템에 의해 유지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민주화 이전 김대중 김영삼이라는 두 인물이 정당을 급조하건 간판을 바꾸어도 추종자들이 많아 성공했고 1인 보스에 움직였는데 이런 악습이 지금까지 계승하고 있다니 불행이다. 건전한 야당, 민심을 제대로 전하는 야당, 국정을 견제하는 야당이 필요한데 이런 불공정으로 인해 국회의원들은 책임과 역할을 망각하고 보스에 충성하는 꼴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보면 현재 하위 평가를 받는 인사들의 대부분이 비 이재명계라고 하여 ‘친명 횡재, 비명횡사’라는 말이 돈다. 이미 현역 국회 부의장도 탈당하고 대통령 경선 후보로 나왔던 박용진 의원도 자신이 하위 점수를 받았다고 항의 선언까지 하고 있다. 박용진 의원 같은 경우는 억울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와 당 대표 경선까지 갔으니 미운털이 박혔다고 본다. 또한 윤영진 의원 같은 경우는 이낙연계로 일하며 공격수 역할을 했다가 낙천됐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의정 활동 평가를 보는 것이다. 의정 활동 평가는 법안 대표 발의 건수, 각종 회의 출석률 등인데 이들 의원은 월등한 활동을 했다고 한다. 참여연대 통계를 보면 다음과 같다. 김영주 국회 부의장은 법안을 107건 대표 발의했다. 그리고 상임위(95%)와 본회의(93%) 출석률도 우수하다. 박용진 의원은 법안 대표 발의가 82건이고, 상임위 출석률은 95%가 넘는다고 한다. 박 의원의 본회의 출석률은 90%가 넘는다고 한다. 윤 의원도 대표 발의 법안 39건이고 본회의와 상임위 출석률도 90%를 상회한다고 한다. 이런 사람들을 탈락시키는 것은 의심을 받기 쉽다. 박용진 의원의 재심도 하루도 안 걸려 기각했다고 하니 어떤 성적이 나쁜지 공개하는 것이 국민도 납득이 갈 것이다. 동교동계 권노갑 상임고문, 정대철 헌정회장과 이강철·강창일 전 의원 등 원로까지 나서 이재명 대표의 책임 있는 답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내놨다. 김부겸·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이 대표가 바로잡으라”라고 요구했고,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친문·비명계 의원 15명이 밀실 공천의 의혹을 집중 성토했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공천기준이나 항목 의정 평가 등 정량적 점수와 주관적 정성평가의 항목 점수를 공개하여야 한다. 공개하여야 낙천자들도 수용할 것이다. 정량적 점수를 80%로 하고 정성적평가는 20%로 하여 하위 점수자를 1차로 걸러내야 한다. 둘째, 공천은 공천위원회에서 전권을 행사해야 한다. 공천에는 친명이나 비명의 입김을 차단하고 당 대표나 사무총장도 배제해야 한다. 위원구성도 시민단체 출신 학계 언론계 문화계 청년 등이 참석해야 한다. 셋째, 최종 공천위원회에서 2명을 걸러내 지역구 주민, 당원 등이 참석하여 경선해서 승부를 가려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데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선을 통해 신임을 얻고 여야 후보가 최종 가려야 한다. 참다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정당민주주의를 위해 공천이 어느 특정인의 연줄에 의해 작동된다면 이건 공천이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에서 대통령 삼십년지기도 탈락했다고 한다. 공천권을 공천위에 주어서 이런 일이 나타났다고 본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공천을 하지 않고 밀실이나 식당에서 추종자 몇 명이 모여 결정하는 것은 공천이 아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을 약속했다. 이재명 대표도 공언했다. 따라서 공천 원칙이라든지 평가항목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적용돼야 한다. 낙천자들도 승복하도록 시스템 공천을 시행하여야 한다. 그래야 야당이 산다. 민주당이 늦더라도 헌신과 희생 공정의 모습을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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