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방침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이후 첫 주말·휴일인 24~25일 의료현장은 불편과 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현장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일로 조짐을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대전·충남에서는 전공의의 빈 자리를 지켰던 전임의와 신임 수련의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각급 병원의 과부하에 따른 ‘의료대란’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경고가 나온다.

각 병원은 응급환자를 중심으로 최소한의 수술만 진행하고, 인력난 탓에 비응급·경증환자부터 조기 퇴원 또는 전원 조치하고 있다.

각 병원 읍급실도 119 대응 단계부터 위중증 환자가 아니면 2차 의료기관 응급실로 이송하는 지침을 시행함에 따라 찾아오는 환자 자체가 줄어든 모습이다.

실제 충남대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 하루 평균 100여 건 진행되던 수술이 현재 50% 이하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충남대병원에 근무하는 전공의 201명 중 167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출근하지 않거나 급한 업무만 처리하는 등 정상적으로 근무하지 않고 있다.

결근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대부분 복귀하지 않은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메우는 핵심 인력 중 하나인 전임의들도 속속 병원을 떠나겠다고 나섰다.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숙련도가 높은 전임의는 전공의 집단 이탈 이후 비상진료 체계의 일선을 지탱해 온 핵심 인력이다.

이달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이 전공의를 하지 않겠다며 인턴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충남대병원에서는 신규 인턴 60명 전원이 임용을 포기했다. 건양대병원에서도 30명이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은 신규 인턴 32명 전원, 단국대병원은 36명 중 32명이 임용을 포기할 것으로 집계했다.

숙련도는 부족하지만, 일손을 보탤 인턴 한 명이 아쉬운 현 상황에서 대규모 임용 포기는 의료대란 위기를 가중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환자가 치료받을 병원이 없어 구급차에 실려 ‘뺑뺑이’를 돌고 중증 질환자의 수술이 기약 없이 미뤄져 환자와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의료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일상이 돼선 안 된다. 더는 감내하기 힘든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치킨게임'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떠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선 전공의부터 병원으로 돌아오고, 의대 증원 문제는 정부와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

강경 일변도인 정부의 대응 기조도 의료대란 우려를 더한다. 정부는 지난 23일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의사 파업에 대한 관계 부처별 대응계획을 논의했다. 검경은 집단행동 주동자는 물론, 배후에서 부추기는 사람들까지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철저하게 수사한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이 복지의 핵심이고, 국가의 헌법상 책무”라고 말했다. 이는 ‘의료 공백’에 대해 정부가 확고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물론 엄정한 대응은 불가피하다. 다만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현실이 되면 교수들의 집단행동 가세로 의료 공백이 대응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좀 더 적극적으로 의료계와 접점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 양측이 증원 규모 '2000명'의 적정성, 교육 현장의 현실, 지역·필수 의료 대책 등을 놓고 밤샘 대화를 해서라도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는 파국만큼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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