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의 반발이 장기화되며 환자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정부와 의료계간 강 대 강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복귀시한까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8900여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정부는 의대정원 2000명 확대 전면백지화를 요구하며 복귀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처분, 형사고발 준비에 돌입하는 등 압박수위를 높였다.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주요 수련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는 미흡하며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9076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충북대병원도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을 시작했던 지난 20일부터 지금까지 8명이 현장에 복귀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116명의 근무지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청주성모병원도 삼성의료원에서 파견 근무하는 28명 중 21명이 지난 20일부터 근무지를 이탈해 출근하지 않고 있다. 건국대 충주병원도 전공의 11명 중 9명이 출근하지 않고 있어 레지던트 1명과 수련의 1명만 출근을 이어가고 있다. 청주효성병원도 4명의 전공의가 근무하지 않는 등 충북 곳곳에서도 전공의의 근무지 이탈로 업무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인터넷에 공시송달하고 주거지 등에 명령서를 전달했다. 사법처리를 확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4일부터 미복귀자에 대해 3개월 면허정지 처분과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실제 이행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경찰도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를 상대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의사협회도 여의도공원에서 정부 규탄 집회를 열겠다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처럼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사법절차가 진행될 경우 현장을 지켜왔던 전임의 등의 가세로 그야말로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최악의 사태만큼은 막아야 한다.

원만한 해결의 출발점은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의 복귀에서 시작돼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의대정원 대규모 확대, 지역·필수의료 대책에 대한 전공의들의 문제 제기는 충분히 전달됐다. 이젠 전공의들도 환자 곁을 지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정부의 정책에 평행선을 탈게 아니라 환자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히포크라테스가 전하는 숭고한 정신일 것이다.

그렇기에 전공의들은 우선 환자 곁으로 돌아온 뒤에 정부와 대화를 이어나가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대규모 면허정지로 의료체계가 마비돼 환자들이 죽어나가는 사태만큼은 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명분 없는 진료 거부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그들을 숭고한 직업군이 아니라 사람 목숨을 담보로 잇속만 챙기려는 이합집산으로 여길 것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필수적인 공익분야에서는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인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중증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한다거나 하면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을 것이다.

서울대 공공진료센터 권용진 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에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민에 대한 보건책무를 명시하고 있다”고 한다. 국가가 발급한 의사면허는 환자를 지키기 위해 국가가 의사들에게 국민의 건강권을 위임한 증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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