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수개월째 정부와 의료계가 강한 대립 관계를 이어와 연일 국민 불안이 가중하고 있다.

벌써부터 환자 사망 사례가 발생하고 이곳저곳 응급실을 돌며 생사를 넘나드는 환자들의 줄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은 정부와 의료계 싸움의 속 깊은 얘기를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저 아픈데 병원에 가기 불편하고, 이 상황에서 중병이라도 걸리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은 누구 편 잘잘못을 가릴 여력이 못 된다.

그저 이른 시일 내에 아프면 손쉽게 병원에 가서 질환을 고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는 국민이 대다수다.

그만큼 정부와 의료계의 속 깊은 정책 입안과 주장은 물론 협상의 주요 안건이 무엇인지 관심도 없을 뿐만 아니라 중재할 힘도 없다.

국민을 인질과 볼모로 잡고 정부와 의료계가 ‘강대 강’ 형국이 이어져 애꿎은 사람만 피해를 본다는 의식이 팽배해져 가고 있다.

이쯤에서 양측이 협상안을 놓고 저울질을 해야 맞는 말이지만, 워낙 강한 세력들의 대립 관계라 중재와 해결 방안이 섣불리 나올 리 없을 것이 분명하다.

전공의 사태에 이어 이제는 전임의까지 이탈 조짐이 보여 더 큰 의료대란이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전임의는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후 대형병원에서 1~2년간 전공 분야를 추가로 공부하며 진료를 보는 의사를 말한다.

통상 인턴과 레지던트를 끝내고 전문의 자격을 앞둔 의사를 지칭한다.

이들은 응급과 중증환자들의 진료와 치료를 도맡아 온 역할을 맡아 사실상 전임의 이탈은 병원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예상한다.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의료계 대란이 이어질 게 불 보듯 뻔하고, 그만큼 국민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현재는 환자 진료와 치료를 비롯해 수술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진 피로도가 점차 누적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전임의까지 동참한다면 현 상황이 파국을 맞을 게 뻔하다.

정부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적극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지만, 의료계는 미동도 안 하고 있다.

어느 한쪽이 강하게 밀어붙일 법도 한 데 양쪽 모두 계속 예고와 겁박만 주고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정부대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국민을 내세우고, 의료계는 업계 붕괴를 예고하고 있다.

모든 문제는 맨 처음 의대 정원 확대에서 출발했다.

정부 한쪽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위해 최근 의과대학을 보유한 학교를 대상으로 증원 규모를 확정하느라 바쁜 모습이다.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이 와중에 의과대학을 보유한 대학과 재단은 너나없이 의대 정원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의사를 양성하는 대학이 현 상황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다.

각 의과대학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게 맞는 말로 보인다.

의대 정원 확대에서 출발한 이번 의료대란 문제는 결론적으로 어느 한쪽이 엄청난 피해를 볼 게 분명하다.

최근 우리나라 전 분야에서 ‘강대 강’ 대치는 어느 분야든 간에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오래된 관행인 노동계와 산업계 대치는 물론 물론 심지어 학교 현장에서 교육계와 교사, 학부모가 뒤엉켜 법정에 서는 ‘덤불 싸움’까지 가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 전반이 무질서와 불법의 대명사처럼 ‘강대 강’ 형국으로 상대방을 불편하다 못해 아주 불행하게 만드는 대치 국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힘없는 국민만 피해를 보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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