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노인 빈곤율 1위라는 불명예,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수년간 놓치지 않고 차지하는 ‘슬픈 순위’다.

일자리가 없고 경제적 궁핍에 시달리면 가장 먼저 찾아오는 증상은 우울증이다. 이게 깊어지면 자살로 이어진다. 그래서 최상의 노인복지는 일자리라고 한다.

천안시가 5일 도내 최초로 '시니어 동행편의점'이라는 시장형 노인 일자리의 문을 열었다.

유통 전문업체인 GS리테일, 천안시시니어클럽과 함께 1호점을 낸 것인데, 만 60세 이상 노인 20명이 오전 6시~오후 10시 2인 1조로 교대 근무하는 방식이다.

노인들은 손님 응대, 진열, 매장관리 등의 일을 하게 되며 개인마다대략 월 40만∼50만원의 임금을 받는다고 한다.

40만원 안팎의 돈이 젊은층에게는 별 거 아닐수 있으나 노인들에게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우리 국민들의 사회생활 정서와 문화는 “밥 먹자, 차 한잔 하자, 술 한잔 어때?”라는 제안을 먼저 하는 사람이 해당 비용을 지불하는게 일반적이다. 특히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커피 한잔 값이 없어 친구에게 차 마시자는 전화 한 통 못하는 노인들은 결국 고립되고 우울증을 앓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줄어든다는 말이 여기서 나온다. 그런 노인들에게 월 40만∼50만원의 임금은 의미가 작지 않다.

천안시의 이런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남산의 봄, 버들의 봄, 실버시니어카페, 은빛카페 휴 등 시니어카페는 모두 천안시가 만든 노인 일자리다. 노인 일자리의 수요가 많아지자 시가 새로 발굴해 낸 것들이다.

업소마다 노인들이 만든 열쇠고리, 목걸이, 브로치 같은 수공예품까지 판매하고 수익금 역시 노인들을 위해 쓰여진다는 것이다. 이같은 천안시의 노력이 전국 지자체들에게는 좋은 벤치마킹의 사례로 전파되면 좋을 것으로 보인다.

노인 일자리는 시장형·사회서비스형은 물론 공익활동·취업알선형 등 다양하다. 지자체가 아이디어를 내고 노인들의 경제활동 능력에 따라 맞춤형 일자리를 발굴·제공하면 효과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하니 노인일자리보다 청년취업에 더 투자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청년과 노인은 희망직종이 사실상 겹치지 않는다. 노동력을 제공한 뒤 희망하는 기대수익도 비교할수 없을만큼 큰 차이가 있다.

결혼과 출산 육아 교육 주택문제 등 미래를 위해 너무나 많은 것을 준비하고 지출해야 하는 청년층과 달리 노년은 천안시 '시니어 동행편의점'의 40만원대 정도면 충분하다. 청년층의 월 초임 기대수익 300만~400만원 안팎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므로 노년층의 일자리 문제를 청년층에 대입해 논쟁할 필요는 없다. 그분들의 수준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면 된다.

우울증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사회, 그것이 중대한 노년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일이 줄어들어야 한다는데는 모두 다 공감할 것이다. 전국 지자체가 천안시 같은 노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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