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김미나 기자]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졸업한 유치원으로 알려진 성안나유치원이 지역사회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일 청주를 찾은 한 위원장은 “청주 수동성당과 성안나유치원을 다녔고 함제도 신부님 곁에서 복사(천주교 미사에서 신부를 돕는 어린 아이)를 했었다. 영화 ‘시네마 천국’에 나오는 토토처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천주교 청주교구 수동성당 부설 성안나유치원은 최근 폐원 위기에 처했다.

청주시 대성로 확장공사 구간에 유치원 부지가 포함되면서 건물 철거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1971년 개원해 올해로 53년을 맞은 성안나유치원은 종교를 떠나 몬테소리 전문 교육 기관으로 한 때 학부모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았던 유치원이다.

1980~1990년대는 번호표를 뽑고 대기순서를 기다릴 정도로 입학 열기가 뜨거웠으나 최근엔 도심 공동화 현상으로 인근 젊은 층이 줄어들면서 원아수도 급감하고 있다. 현재 5개 반(만3~5세) 72명의 원아가 다니고 있다.

이에 따라 청주교구는 건물이 철거될 경우 수동성당 내 새로운 유치원 건립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성안나유치원(상당구 수동 351-3)은 청주시 대성로 확장공사 단계별 사업 3단계에 포함돼 2단계가 완료되는 2025년 이후 보상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청주시는 상당로 교통량 분산을 위해 88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성로 확장 공사를 추진 중이다. 1단계(상당구 수동 우암2산순환로입구~상당구 문화동 구법원사거리)와 2단계(구법원사거리~영운로), 3단계(우암산순환로입구~청주대정문) 총 2.64km에 이르는 구간의 도로폭을 확장하는 사업으로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오동영(모세) 수동성당 주임신부는 “유치원 이전을 생각해 볼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직 교구에서 그 어느 것도 결정한 것은 없다”며 “다만 50년도 넘은 역사와 전통의 유치원을 지역 사회에서 보호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성안나유치원은 함제도(본명 제라드 해먼드, 미국) 신부가 어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지은 유치원이다. 함제도 신부는 한국 전쟁의 폐허 속에 가난과 질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시절, 미국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1960년대 수동성당과 성안나유치원을 짓고 청주를 중심으로 사목(천주교 사제가 신도를 통솔 지도해 구원의 길로 이끄는 일)했다. 김미나 기자 kmn@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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