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손은정 청주시 서원구 세무과 주무관.

[동양일보]“너는 어쩌면 그렇게 정이 없니?” 이 말은 매정하게 어떤 부탁을 거절하거나 규정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들이 자주 하는 말과 생각이다.

예로부터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남의 집 대소사를 챙기며 개인생활보다는 공동체 생활을 더 중시했던 문화였기에 3자가 보면 너무나 쉬운 공정(公正)한 판단을 당사자는 못하는 건가 싶다. 우리 문화 속에 잠재된 정(情) 문화 때문에. 지금도 다른 사람을 챙겨주는 인정(人情)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인정(人情)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요하는 일들과 만났을 때도 아름다운 미덕으로 작용하는지 의문이 든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일 중에는 인정(人情)이라는 미덕을 자신이 필요할 때만 사용한 탓에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어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공정(公正)한 청렴을 실천하고 있다.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운전할 때 신호를 지키는 일, 편의점에서 물건 사고 천원만 받아야 할 거스름돈을 주인의 실수로 만원이나 받았을 때 슬쩍하지 않고 돌려주는 일 등등 이러한 일상의 모든 것이 보통의 청렴의 모습이다.

습관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소소한 생활 속에서 부패는 공정과 인정 사이에서 조금씩 싹을 틔우고 부정부패와 연계되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이 때론 성실히 노력하기보다는 잘 아는 인맥으로 빠르고 편하게 성과를 거두고자 애쓰는 사람들을 양상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처럼 ‘내가 하면 인정(人情), 너가 하면 비리’라는 생각, 즉 청렴 자의식이 없다면 청렴한 사회를 위해 법을 제정하고, 규제를 만들고, 감시 감독을 아무리 한다고 한들 우리는 청렴 사회와 멀어질 것이다.

벌써 공직에 들어온 지 9년째.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청렴한가? 선뜻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공기관의 청렴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청렴 자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청렴 자의식’ 부족은 뿌리 깊은 정(情)중심 주의, 연고주의, 공공기관의 공금 횡령, 권한 남용, 알선 및 청탁 등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포장시켜 준다. 이러한 점에서 공직자로서 청렴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실감하며, 형식적인 청렴 교육에서 탈피해 자체적으로 우리를 진단하고 점검할 수 있는 내부적인 점검·지도 관리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제 “너는 어쩌면 그렇게 정이 없니?”라는 말을 들으면 “선생님도 정 없으세요. 공정(公正)이요.”라고 하겠다.

인정(人情)과 공정(公正)사이에서 ‘좋은 게 좋다’ ‘대충 넘어가자’는 적폐를 따르지 말고, 올바른 판단으로 공정을 향해 도약할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보통의’ 청렴, 공정한 세상으로 情 이 아닌 正으로 함께하는 청렴도 높은 특별한 청주시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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