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수 중원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한정수 중원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동양일보]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봄이 찾아왔다. 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생그러운 기운이 온 몸과 마음을 깨운다. 그리고 이러한 봄 기운을 북돋듯 제42회 충북 연극제가 오는 3월 14일(목)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매년 열리는 우리 지역 연극인들의 경연대회이지만 올해는 조금 더 특별하다.

이번 연극제는 소극장 활성화 뿐만 아니라 우리 충북지역 연극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참가 작품 모두가 청주 시내의 민간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대체로 소극장에서 진행하는 작품은 물리적으로도 관객과 가깝기 때문에 관객과의 정서를 교류하는 데 적합하며, 정서 공유를 통한 공감대 형성에 이롭다. 이용우(2003)에 따르면, “소극장은 관객들이 울고 웃는 곳이다. 영화와는 다른 감동도 있는 곳이다.” 또한 “소극장은 공연예술의 인프라로서 그 나라 공연예술의 수준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산이며, 대극장의 프로시니엄 형태보다 공간을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도 소극장의 특징이다.” 그렇기때문에 대공연장에서 하는 공연과는 다른 무대의 활용, 공간의 활용을 찾아보는 묘미도 있을뿐더러, 관객들은 배우들이 생성해내는 소리, 행동, 신체적 움직임, 에너지 등을 가깝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이번 연극제의 각 작품별 주제적 측면을 살펴보면, 우리 옆집에서 일어날 만한, 아니 어쩌면 우리 지금을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출품되었다. 가족의 이야기, 늙은 부부의 이야기, 젊은 청년의 이야기 등 ‘지금’, ‘여기’라는 현전성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로, 잔잔하게 또는 리드미컬하게 흘러가는 우리의 일상적인 삶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첫 번째로 본 연극제의 문을 여는 작품은 제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나눔 청풍의 <의림지에 별이 내리면> 이다. 치매와 중풍이 온 아버지, 그리고 그런 남편을 병간호하며 찌들어버린 삶을 사는 어머니, 마지막으로 배우를 꿈꾸는 반백수 아들의 이야기로, 그들이 얽혀 살고있는 이 시간 속에서 “과연 희망이란 있었을까? 아니 희망은 어떤 것일까?”를 찾아가는 작품이다. 가족의 애뜻함과 희망을 찾아가는 작품이기에 가족단위의 관람을 추천해본다.

두 번째로 만나는 작품은 극단 늘품의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이다. 김광탁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본 작품은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그리고 있어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인생 속에서 당신의 가족들에 대한 잔상과 미안함, 그리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혹시 관극을 원하신다면 손수건을 가져가시길 추천해본다.

세 번째 참가작은, 지난해 개최되었던 제41회 대한민국 연극제 제주에서 문화예술위원장상을 수상했던 극단 청예의 <황장복, 죽기로 결심했다.(원제:서울테러)>이다. 서울 변두리 지하철 고가 옆에 사는 37세 취업 준비생 황장복과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짤려 수술을 받은 친한 동생 노상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N포 세대라 불리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이 세상과 이 각박한 시기를 어떻게 타도하고자 하는지를 적극적으로 보여준다. 혹시 현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싶다면 관극을 추천한다.

본 연극제의 마지막 경연작으로는 극단 청사의 <그 집>은 대한민국에서 집안 싸움이 가장 극심한 추석을 배경으로 17년 전, 남편을 죽인 ‘숙희’와 그런 엄마를 바라보는 ‘정숙’ 사이의 가슴 아린 이야기로 그 집안의 각자의 사정을 함께 풀어나가는 시간을 갖는다. 긴 시간동안 모녀사이에 말 못할 사연을 하나씩 풀어가며 과연 두 모녀가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화해를 할 수 있는지가 본 작품의 관극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하며, 주말에 어머님과의 데이트 코스로 추천해본다.

긴 겨울을 지나, 봄의 초입에서 다양한 주제와 요소들로 똘똘 뭉친 제42회 충북 연극제에 우리 도민들의 관심과 성원, 그리고 또 하나의 배우인 ‘관객’이 되어주시길, 그리고 본 행사가 성료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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