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김윤식 대전대 한의학과 교수

[동양일보]겨울철 동장군의 기세가 매섭더니만 벌써 꽃피는 춘 3월이 시작되었다.

이맘때가 되면 접하는 모든 것이 새로움의 연속이다. 새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 특히 청춘의 꽃이라 불리는 대학교 새내기들의 마음은 두근거림을 이루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친구들, 무엇보다 자유로움과 대학생 MT, 그리고 미팅에 대한 기대감들...

그래서 누구나 한번쯤 이런 독백을 해보았을 것이다.

“와우, 가슴이 두근거리고 설레인다.”

청춘의 상징일 수도 있는 가슴의 두근거림,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슴의 두근거림은 조심해야할 증상의 하나임을 꼭 기억해주길 바란다.

두근거림이란 불규칙하거나 빠른 심장 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느껴지는 증상을 의미한다. 심계항진(心悸亢進)이라고 표현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두근거림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두근거림은 긴장을 많이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되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현상의 하나이다. 운동을 과하게 하거나 술을 많이 마신 경우,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료를 마시는 경우도 이 증상은 허다하다. 심한 경우 가슴이 벌렁거린다라고도 표현하는 일이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괜찮다. 보통은 바로 회복되어 정상화 하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약 앞에 설명한 정신적 요인이나 약물, 음식의 영향 이외에 감염에 의한 발열 질환, 갑상선 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심장의 부정맥으로 인한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각자 차이는 있겠지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어지럽거나 흉통이 느껴지거나 오심감, 즉 속이 메스꺼움을 느끼고 실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러한 증상이 동반된다면 바로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겨야한다. 심전도와 심전기생리검사, 빈맥유발검사나 심장초음파 등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건강검진을 받았다면 심전도 결과지를 유심히 살펴보자. 혹시 부정맥이라 쓰여있지 않은가?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분들 중에 본인이 가진 과거력을 물어보면 아리러니하게도 ‘부정맥이래요.’ 라고 단순하게 말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어떤 부정맥이냐 물어보면 그냥 부정맥이요라는 답변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이다.

부정맥(不整脈)이란 맥이 가지런하지 못하다는 의미의 한자어이다.

부정맥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동빈맥, 동서맥, 심방조기수축, 심실조기수축, (발작성)심방세동, 심방조동, 우각차단, 좌각차단, 1도, 2도, 3도 방실차단 등등..

며칠전 미국에서 한국에 잠시 다니러온 친척이 필자의 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다. 필자는 건강을 위해 보통 1시간 가량의 집앞 등산을 하거나 40분가량의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한다. 친척도 계단 오르기를 하겠다며 나갔는데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았다. 뒤늦게 들어온 그분의 얼굴이 백짓장이었다. 숨이차고 심장이 두근거려 힘들어서 많이 쉬었다고 한다.

그분도 부정맥이 있단다. 진맥으로 확인한 결과 심방세동이 의심되어 건강검진을 의뢰했고 결과는 동일하였다.

중풍이라 일컫는 뇌졸중의 5대 원인(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 심방세동, 흡연)중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질환이 바로 ‘심방세동’인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2015년 <뇌졸중진료지침>에서 허혈성뇌졸중의 위험인자별 인구기여위험도를 보면 심방세동을 가진 경우 일반인에 비해 남자는 4.3배, 여자는 6.9배나 위험도가 높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뇌졸중 예방을 위해 심방세동은 전문의의 진료가 필수적이다. 항부정맥제를 복용하거나 혈전을 제거하는 약물을 처방받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 전극도자절제술을 통해 증상을 감소시켜야한다. 술, 담배, 과한 운동은 금물이다. 스트레스는 줄이거나 잘 극복해야 한다.

후한시대 장중경에 의해 기록된 상한론(傷寒論)을 살펴보면 많은 맥진 가운데 결(結)맥, 대(代)맥, 촉(促)맥, 동(動)맥, 산(散)맥에 대해 기록하고 있어 부정맥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현대 한의학 임상에서는 심경(心經)을 위주로 한 침치료와 담음(痰飮), 어혈(瘀血), 심담허겁(心膽虛怯), 심비양허(心脾陽虛)로 평가되는 경우 각각 도담탕(導痰湯),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 온담탕(溫膽湯), 귀비탕(歸脾湯)을 사용하여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두근거림, 청춘인가? 질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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