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

염건웅 유원대 경찰학부 교수

[동양일보]3월에 들어서면서 완연한 봄 기운이 느껴지고 있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꽃들의 개화가 시작되며, 3월에는 각종 지역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가장 빨리 열리는 봄꽃축제인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꽃축제 등이 이미 상춘객으로 북적이고 있고 연이어 진해 군항제를 비롯한 벚꽃 축제와 각종 지역축제가 예정되어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사람들은 그동안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녹이기 위해 봄 축제장을 찾고 있다. 지난 3월 8일에 시작된 광양 매화축제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20만명이 몰렸으며, 올 해도 어김없이 첫 주말에만 17만명이 방문하는 등 봄 축제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봄에 개최되는 지역축제는 한 해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아름다운 꽃과 경치를 감상하며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생활의 활력소로 작용한다.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사람들은 지역 축제장으로 출발할 때는 설레임을 가득안고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고, 고속도로 휴게소나 기차역에서 맛있는 간식을 사먹기도 한다. 또 지역 축제장에 도착해서는 맛집을 탐방하며 아름다운 꽃과 푸르른 경치를 감상하고, 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도 길었고 힘들었던 코로나19의 펜데믹 기간을 견뎌냈다. 그리고 이제는 질병의 걱정을 덜어내고, 마음껏 이동하고 즐길수 있는 엔데믹의 시대가 도래했다.

봄을 맞아서 그동안 답답했던 마음을 털어내기 위해 지역 축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심리적 안정감 조성으로 노동생산성이 향상되고 지역과 국가 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많은 인파가 몰리다 보면 지역 축제 안전관리 문제는 리스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우리가 겪었던 지난 이태원 압사사고는 안타까운 재난이었고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참사였다. 다만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국가의 인파안전관리 시스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군중 밀집도(Crowd Concentration)는 통상 6명/㎡이 넘어가면서 위험이 발생하기 시작하며, 10명/㎡이 되면 압사 등 인파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기 시작한다. 밀집도가 높아지면 개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군중 전체가 물에 휩쓸린 것과 같이 움직이는 군중 유체화(Crowd Fluid) 상태가 발생하고 군중이 자체적으로 질서를 형성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결국 이후에는 군중이 서로 충돌하는 군중 충돌(Crowd Crush)과 군중이 무너지는 군중 붕괴(Corwd Collapse) 현상이 발생하며 압사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결국 행사 현장에서 군중밀집도를 판단하고 상황에 따라서 인파를 분산 및 해산시키는 조치는 인파사고 예방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 이후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한 압사사고는 단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결국 역설적으로 말한다면 ‘이태원 참사는 철저한 사전계획을 수립하고, 효과적인 현장 통제와 대응이 이루어 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라고 가정할 수 있다.

지역 축제는 가장 먼저 완벽한 행사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안전관리위원회’ 등을 통해 사전 안전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유관 기관이 협조 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행사 진행 중에는 안전요원을 충분히 배치하고 안전통제선과 펜스, 안내표지판 등 안전 시설을 충분히 확보하고 설치하여야 한다. 또한 행사 기간 동안에는 행사 참여 인원을 일정한 정원으로 통제하며 단일 방향으로 일방통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물론 지역축제에 참여하는 시민들도 유의할 점이 있다. 행사 관계자의 안내와 통제에 잘 따르고, 사람들과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질서정연하게 움직여 주는 것도 중요하고, 사람이 갑자기 몰리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현재 정부에서는 ‘국가안전스시템 개편 종합대책’ 및 ‘기후위기 재난대응 혁신방안’ 추진상황 점검을 하고 있다. 골자는 ‘봄철 지역축제 행사 및 개정 재난안전법’시행(‘24.03.27.) 대비, 인파안전관리 개선 추진성과와 향후 계획을 논의하는 것이다. 특히 ‘주최자 없는 축제에 대한 지자체장의 안전관리 의무를 신설’하는 논의를 통해 ‘주최자 없는 행사’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안까지 폭넓게 들여다 볼 전망이다.

지역 축제장을 찾는 ‘시민들은 행사 주최자가 나와 우리 가족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축제에 참여’한다. 그런 시민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정부, 지차체 등 지역축제의 주최자는 지역축제장 인파안전관리에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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