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질 낮고 교실도 부족···새학기 임박해 졸속 운영
전교조, 설문조사, 10곳 중 4곳 "기존 교원이 행정업무"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이 12일 진천 상신초를 찾아 어린이들과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이주호(오른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이 12일 진천 상신초를 찾아 어린이들과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동양일보 지영수 기자]정부가 새 학기에 임박해 늘봄학교 정책을 확대 시행하면서 교육현장 곳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아침 수업 전과 방과후 오후 8시까지 원하는 초등학생에게 다양한 돌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늘봄학교’가 지난 4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1학기에 대전 45개교, 세종 25개교, 충북 100개교, 충남 118개교 등 전국 2741개교에서 시행한 뒤 2학기엔 6000여 모든 초등학교로 확대된다.

하지만, 시행 1주일이 지난 현재 인력과 공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많은 학교에서 현장 교사들이 혼란과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 충북의 한 초등학교는 늘봄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채용을 포기, 이후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않아 기존 교사가 늘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주호(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이 12일 진천 상신초를 찾아 어린이들과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이주호(왼쪽)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이 12일 진천 상신초를 찾아 어린이들과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4~11일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611개 초등학교 관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늘봄학교 실태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1학기 늘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강사의 유형에 대해 응답자의 53.7%가 교사(정교사·기간제교사 포함)라고 답했다. 나머지는 방과 후 강사 또는 돌봄전담사 등이었다.

응답자의 17.3%는 행정업무를 맡을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기간제 교사가 채용되지 않은 이유로는 81%가 '채용 공고에 지원한 사람이 없음'을 꼽았고, 기간제 교사가 없는 경우 늘봄 행정업무를 맡은 이들은 상당수가 기존 교원(55.5%)인 것으로 집계됐다. 별도 인력을 채용했다는 경우는 27.0%에 불과했다.

또 기간제 교사를 채용했음에도 늘봄 행정업무에 기존 교원을 투입한다는 응답률은 40%(초등 42.0%· 중등 39.1%)에 가까웠다.

교사들은 운영 공간이 부족하고 교사들이 늘봄 강사로 투입되면서 수업 준비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충북 진천 상신초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2일 충북 진천 상신초를 방문해 어린이들과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있다.

 

1학년 교실을 늘봄교실로 사용하면서 정작 해당 학급 학생에 대한 방과 후 보충 지도를 하기 어렵고, 과학실이나 도서관도 늘봄 공간으로 활용하다 보니 교육과정 자체를 변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강사가 구해지지 않아 교사가 늘봄 프로그램 강사로 투입되는 경우는 흔하다.

전교조는 "정부는 아무 문제 없이 늘봄학교를 추진할 수 있을 것처럼 각종 홍보와 광고에 몰두했으나, 늘봄 실무를 도맡은 학교 현장은 각종 문제에 직면했다"며 "늘봄학교 정책이 지닌 태생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이미 존재하는 지자체 돌봄 기관들과 학교 돌봄을 연계할 방안부터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늘봄학교는 저출생 문제 해소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과제로, 교원 업무 부담을 해소해나가면서 계획대로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이날 충북 진천 상신초에서 ‘늘봄학교의 성공적 안착’을 주제로 16차 함께차담회를 열었다.

이 부총리는 “전교조가 편향적인 실태조사를 해 ‘교원이 늘봄 강사의 53.7%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하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원단체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겠지만,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호도하거나 정책 추진을 방해하는 행위는 삼가달라”고 촉구했다.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이 부총리에게 충북형 늘봄학교인 ‘충북 나우 늘봄학교’를 소개하고 성공적인 안착에 학교·학부모·지역사회가 힘을 모으겠다고 전했다. 지영수 기자 jizoon11@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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