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이상준 지명연구가·전 음성교육장

[동양일보]등용문이란 주로 입신양명의 관문으로, 성공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되는 관문을 일컫는다.

후한서(後漢書)에 의하면 환관이 득세하여 어지러운 와중에 고결함을 유지하던 관료 이응이란 자가 있었는데, 젊은이들이 그의 추천을 받는 것을 영광으로 여겨 ‘이응의 추천을 받는 것은 용문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라 비유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용문이란 황하 상류 협곡의 문인데 물고기, 특히 잉어가 이를 통과하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비유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응의 추천을 받는 것은 물고기가 용문을 오른 것이고, 이로 인해 출세하는 것을 물고기(젊은 관료)가 용(출세)이 되었음을 상징적으로 이른 것이다.

옛날에는 신분 사회라서 평민이나 상민들은 출세를 꿈꿀 수 조차 없었지만 양반의 집단에서만 본다면 등용문은 과거 시험 하나이므로 인생의 출발점이 비교적 공평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날은 평등사회라고 하여 누구나 출세를 꿈꾸지만 부모의 사회적 지위나 부의 정도에 따라 금수저나 은수저가 존재하므로 인생의 출발점이 너무나 다양하고 차이가 난다. 그래서 현대인에게 있어 등용문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처지에 따라 그 기준이 천차만별이다.

학생들은 명문학교라 부르는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명문대 입학하는 것이 등용문이 될 것이다. 취업 준비생인 대학생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등용문이며 다국적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최고의 등용문으로 생각을 한다. 다국적 기업은 국내 기업보다 회사 내 분위기가 비교적 유연하고, 월급도 꽤 괜찮게 받기 때문이다. 전공에 따라서는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법원행정고등고시, 입법고등고시 등이 인생 역전의 지름길이 되기도 하지만 일반 대학생들은 일반적으로 공무원 채용시험이 출세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길이라 생각한다. 취업이 여의치 않아 선택한 대학원생들의 등용문은 국립대, 유명 사립대 교수가 되는 것이다.

공무원도 출발점에 따라 등용문이 다르다.

일반 공무원(9급, 7급)은 5급 사무원 승진이 로망이지만 5급에서 출발하는 공무원은 고위공무원이 등용문이 된다. 교사와 같은 교육공무원의 경우에는 교감, 교장이 출세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 교감으로 승진하면 대부분 교장까지 무난하게 승진하게 되는 것이다. 순경은 경감 승진이, 간부 경찰관은 경무관 승진이, 소방사는 소방관으로 승진하는 것이 등용문이다.

군인들은 위관급 초급 장교의 목표는 전역 후 바로 군인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소령 진급이지만 최종 목표는 중령 진급인 경우가 많으며 사관학교 출신 장교들의 등용문은 별을 다는 것인데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장교들이 별을 다는 경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인 것이다..

회사원의 경우를 보자.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서는 넘사벽이겠지만 중견기업의 사원이라면 이사로 승진하는 것이 등용문이다. 이사는 임원이기에 사원과는 업무, 대우, 퇴직금 등에서 엄청 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의 등용문은 무엇일까? 정치 초년생에게는 공천이 목표지만 공천을 받게 되면 선거에 당선이 목표이고, 선거에 당선되면 정당의 최고 위원이 되는 것이 중진 국회의원으로 가는 등용문이라고 한다..

올해가 용의 해이고 이제 봄이 시작되며 새 학기가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의 시점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나의 등용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여 등용문을 오르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