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화 열린기획 대표

조성화 열린기획 대표

[동양일보]같은 계통에서 일하던 후배가 서울 직장을 잡아 자신의 이름까지 바꿔 청주를 떠난다며 작별 인사를 건네왔다.

쉰 가깝도록 이 일 저 일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살았던 그가 고향을 떠나기로 한데다 그간 명찰 명함에 박았던 옛 이름 ‘고민X’를 버리고 법원 인터넷 개명 서비스로‘고O현’로 바꿔 인생 후반부 승리를 향한 장도에 올랐으니 한편 섭섭하지만 그 바람대로 이뤄지길 응원했다.

삶의 궤적에 나쁜 과거력이나 이름 콤플렉스가 있던 것은 아니고 친인척 지인들 가운데 개명을 통해 놀랍고 신박한 덕을 본 경우가 많았다는 주변 사례와 권유가 컸단다.

그 탓일까, 개명하자마자 서울에 일자리가 생겨 올라가게 됐다며 긍정적 셀프 검증까지 이어갔다.

그러나 내 휴대폰에 저장된 옛 이름을 지워 바꾸기는 어려웠다.

전화번호를 찾을 때 지인들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곤란을 겪는 사례가 점점 더해가는 만큼 새 이름 두 글자를 이음줄 뒤에 함께 저장했다.

어렵고 힘든 탓일까, 최근 개명에 대한 관심이 늘고, 특히 여성들 개명이 눈에 띈다.

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개명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경우 남성의 두 배를 웃돌아 전체 건수의 70%에 육박한 실정이다.

지난 2022년과 2023년 개명은 모두 20만1664건으로 이중 여성 13만7352건으로 68.1%를 차지하고 있다.

전북 69.3%, 전남 68.8%, 부산 68.7% 등이며 충북 67.1%를 비롯 대전 울산 세종은 66%대로 비교적 낮았다.

10년전 같은 기간, 전체 30만4756건중 여성 20만3573건으로 66.8%를 보인 것에서 1.3%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충북도의 경우 전체 1만1519건중 여성 7427건으로 64.5%를 차지했던 것에서 2.6% 포인트가 증가한 67%를 보이는 등 여성 개명이 현저했다.

가장 인기있는 20개 이름은 지안 10.11%, 지원 6.78%, 서연 6.28%, 유진 5.99%, 수연 5.58%, 서현 5.23%, 지우 5.05%, 서윤 4.90%, 지윤 4.89%, 수현 4.80%, 정원 4.52%, 이서 4.42%, 도연 4.13%, 연우 4.09%, 지유 3.9%%, 지은 3.90%, 서영 3.89%, 지현 3.88%, 채원 3.84%, 선우 3.82% 등으로 ’서영‘을 제외한 19개의 모든 이름이 모음 혹은 ’ㄴ‘으로 끝났다.

끝 모음‘ㅜ’ ‘ㅠ’의 경우는 소리값 없는 ’ㅇ’자 아래 붙는 경우가 4개, 특히 ’ㄴ‘로 끝나는 이름은 무려 14개 75%를 차지했다.

선호된 20개 이름만을 따진 경우이지만 국민을 전수 조사할 경우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어려운 한문 성명학에서 탈피해 간결하고 부드러운 뉘앙스를 따르는 한글 세대로의 교체및 상당수 여성 개명이란점에서 이전에 없던 성역할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코 공명을 일으켜 내는 불청불탁(不淸不濁) 콧소리 자음 ’ㄴ‘(니은 尼隱)은 1446년 훈민정음때 ㄱㅋㅇㄷㅌ에 이은 여섯 번째에서 훈몽자회 이후 두 번째로 굳어졌다고 한다.

종성음 ’ㄴ‘ 이 다른 소리 값보다 선호되는 이유와 인생 성공으로 귀결되는지는 학자들 연구 몫으로 남겨둘 일이지만, 선한 영향력의 이름들이 영어권까지도 폭넓게 발견되는 것을 보면 뭔가 있겠다는 짧은 생각이다.

가부장 한자시대에 가려졌던 여성 이름의 개명과 끝자음 'ㄴ'의 혁명적 반란은 이제껏 종속 종성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모두 함께 행복한 신인류 평등 사회로 향하는 청신호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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