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 동양일보 기자]정부가 20일 전국 40개 의대의 2025학년도 입학 정원을 발표하며 의대 증원 2000명 배분을 확정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것은 1998년 이후 27년 만이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 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여러 차례 강조했던 대로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비수도권에 증원분의 82%(1639명)를 할당했다”며 배분 결과를 설명했다. 의사단체 반대에도 2025학년도 입시 일정을 고려해 전국 의대에 정원을 배분한 것이다. 교육부가 늘어난 정원의 82%를 비수도권에 몰아준 것은 의료 서비스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충남대.충북대를 포함한 충청권 국립대는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나면서 서울 주요대에 맞먹는 덩치를 갖춘다. 50명 미만 ‘미니 의대’인 건양대와 을지대, 단국대(천안), 건국대 분교는 정원이 100~120명으로 확대돼 연구 역량 강화와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됐다.

정부가 다음 주로 예고된 의대 교수들의 사퇴 경고와 임박한 총선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2000명 증원을 공표한 것은 대입 일정 등을 고려하면 더는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의대 증원의 근거로 부각된 지역·필수의료 강화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감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의료인 부족 현상은 그동안 수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당장 서울, 수도권으로 의료인이 몰리면서 충청지역 등 지방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외과나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은 의사 부족현상을 겪는 등 전공과에 따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위급환자를 받을 수 없어 길바닥에서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해 우리나라 의료 수준에 실망감을 주기 일쑤였다. 이런 국민들의 고통이 혼재한 가운데 향후 10년 후에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의료인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결국 의료인 부족에 따른 영향이 우리사회에 미칠 것이란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의대 정원 확대는 시대적인 흐름이다. 인구 노령화가 점점 가속도를 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양성의 길을 차단하는 것은 국민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이제 의대 정원이 발표된만큼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소모적인 갈등은 끝내야 한다. 대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에 매진해야 한다.

이제 남은 문제는 의사들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마지막 다리마저 끊어버리는 것"이라며 극한투쟁을 예고했지만, 의료 대란을 피하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특히 정부를 향해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의료계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 의사들은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의대 증원을 지지하는 상황을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전공의들이 먼저 집단행동을 멈추고 환자 곁으로 돌아가면 국민의 공감을 얻을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부도 의사 직군을 향한 강경 압박 위주의 몰아붙이기보다 유연한 태도로 대화의 테이블로 유도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의정이 하루속히 협의체를 가동해 의료개혁과 관련한 타협점을 찾는 일이다.

이제 활시위에서 화살은 떠났다. 국가의 의료대계를 위해 의사들도 정부, 국민과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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