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 소장

이순희 청주시사회복지연구소 소장

[동양일보]제법 안온한 따사로움이 느껴지더니 갑자기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제법 거세다. 한겨울이 다시 오는 듯 귀까지 쌩하게 느껴지는 바람에 모자를 꼭 눌러 쓴다. 강원도 삼척엔 대설주의보가 내렸다.

얼마 전 비닐하우스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삽으로 흙을 파고 쇠스랑으로 골을 고르고 상추, 쑥갓, 열무. 청경채 등 씨를 뿌렸다. 어느새 기특하게도 푸른 새싹들이 고개를 내민다. 조금 깊거나 너무 얕게 심어도 싹이 잘 트질 않아 제법 깊이를 가늠하면서 조심스레 뿌렸더니 생명의 신비로움을 보여준다. 새싹일 때는 정작 모두 비슷하여 어떤 것이 상추인지 어떤 것이 쑥갓인지 구별할 수가 없다. 시간이 지나 조금 더 자라면 어떤 것은 잎이 넓고 어떤 것은 잎이 좁게 자라면서 종에 따라 달라진다. 정성스레 물도 주고 새싹들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 자연은 그러하다.

의대 증원 건으로 연일 정부와 의사협회 간의 팽팽한 긴장과 갈등에 환자들은 노심초사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체감된다.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공천 경쟁에 각 당이 아수라장이다. 어디는 전략공천이네, 어디는 공천취소네 이리도 시끄럽다. 각 정당 마다 엄청나게 시민들을 존중하는 듯 말끝마다 국민의 눈높이다. 요즘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듯하다. 정말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싶다. 무엇보다 시민들에게는 각 정당이 이루고자 하는 정책이 궁금한데 정책에 대해서는 감감 무소식 이다. 무엇을 위한 선거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언론의 일차적 책임은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며 진실을 밝히는 것이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그러나 연일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은 모든 언론이 짜 맞춘 듯 비슷하다. 지금 자세히 보도되는 저 내용이 도대체 우리가 알아야 할 내용인가. 정작 우리가 알고 싶은 내용보다 우리가 알지 않아도 될 가십거리들을 세뇌 시키듯 되풀이하고 있다. 과연 전달 해야할 내용이 정확히 전달되고 있는 것인지. 국민의 눈높이를 제대로 아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다. 한국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지역소멸’ 일텐데도 지역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제대로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방은 공동화되고 황폐화 되어 가고 있는데 오로지 수도권 중심이다.

인도의 뉴델리 간디의 묘의 비문에는 생전에 간디가 했던 말이 새겨져 있다. 세계에는 일곱 개의 큰 죄가 있다. 첫째, 이상(理想)을 결여한 정치, 둘째, 노동이 뒷받침되어 있지 않은 부(富), 셋째, 양심에 어긋나는 쾌락, 넷째, 인격이 결여된 학문, 다섯째, 도덕성이 결여된 상업, 여섯째, 인간성이 결여된 과학, 일곱째, 자기희생을 망각한 신앙이다. 특히 간디가 정치를 제일 먼저 꼽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간디는 정치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이 이상(理想)이라고 본 것이다. 정치가 잘못되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 우리 생활에 정치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공동체 속에서 누리는 겸손하고 소박한 삶의 질서를 이루기 위한 정치를 희망한다.

현대사회는 물자와 서비스는 넘쳐 나지만 그것들을 얻는데 필요한 자원은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조화롭지 못하고 불평등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고 기후위기를 막고 시민들의 삶을 지키는데 필수적인 것은 지혜로운 정치의 기능이다. 민주주의란 정기적으로 선거가 있다고 해서, 정당정치를 유지한다고 해서 저절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저항 등 실천적 행동이 민주주의를 살리고 민주주의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투표가 곧 공동체의 결집된 문화의 힘을 실천하는 것이다.

가톨릭에서 사순시기는 참회의 생활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참여하여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이 사순시기에 기호식품 덜 소비하기, 하루 10분 이상 소등하기, 걷기 등 소소한 실천으로 창조질서 회복운동에 동참하며 다가올 부활을 기쁘게 맞이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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