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실 충북도교육청 중등교육팀 장학사

윤정실 충북도교육청 중등교육팀 장학사

[동양일보]3월, 봄이다. 봄꽃들이 수줍게 기지개를 켜고 저마다의 색깔과 향기로 눈길을 끌어당긴다. 봄바람, 봄나물, 봄비와 같이 ‘봄’이 붙는 말에는 새롭고 생기가 감도는 느낌이 스며있다. 학교도 3월은 교실에 가득 찬 아이들의 에너지로 가장 역동적으로 꿈틀거린다.

초등학교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가에 우연히 눈에 띈 콩알만 한 꽃을 보고 새삼 놀란 적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꽃은 노란색이나 붉은색 계열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하늘처럼 파란 꽃이 있다니……. 꽃의 색깔이 참으로 다양함을 알게 된 이후 길가와 들에 핀 꽃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이 파란색 꽃의 존재 인식은 나의 편협한 고정관념에 균열을 만든 최초(?)의 사건(?)으로 기억되었다. 게다가 그 꽃은 이른 봄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와 같다는 뜻으로 ‘봄까치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고 더욱 풀꽃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말 중에 ‘북돋우다’라는 아름다운 말이 있다. 흔히 기운을 북돋우다는 말로 자주 활용되는데,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사람의 기운이나 정신을 더욱 높여주다’로 풀이하고 있다. 원래는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흙을 긁어모아 주는 행동을 의미했다고 한다.

명사 '북'은 식물의 뿌리를 싸고 있는 흙을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 동사 '돋우다'가 결합해 '북돋우다'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농사를 지을 때 농작물을 땅에 심으면 배토작업(농작물의 포기 밑에 흙을 북돋아 주는 일)을 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학교에서 4-H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고구마, 감자, 땅콩을 심은 적이 있었다. 4-H를 10년 이상 지도하신 선배 교사로부터 흙을 덮어 '북'을 돋우어줘야 많은 작물을 수확할 수 있다는 생소하지만,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알뿌리로 성장하는 식물은 땅속으로 파고드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심을 때 고랑을 파고 두둑을 높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물이 잘 자라도록 뿌리 주위에 흙을 더 넣어 북을 돋우는 모습이, 사람의 기운이나 정신을 높여 용기를 주는 것과 매우 닮지 않았는가! 식물에 흙을 계속 돋우어줘야 잘 자랄 수 있듯이 사람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역시 꾸준한 관심과 애정은 작물도 사람도 더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꽃이든, 사물이든, 사람이든 온전히 제대로 그 대상을 알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입체적으로 보기 시작했을 때이다. 앞서 파란 꽃의 존재 인식은 생각의 균형이 잃게 하였고, 균열이 생김으로 인해 결국 전체가 무너져 대상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상을 균형 있게 보기 위해서는 다각적으로 볼 때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장 불만에 가득 찬 고객은 가장 위대한 배움의 원천’이라고 한 빌 게이츠의 명언을 여기서 새겨볼 만하다.

심리학 관점에서는 생각하는 사고의 틀을 전환해 관점을 바꾸는 기법을 리프레이밍(reframing)이라고 한다. 프레임(frame)이란 사물과 세상을 이해하는 관점 또는 인식의 ‘틀’을 의미하고, 리프레이밍(reframing)은 ‘틀을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살면서 겪게 되는 어떠한 상황이나 경험, 사건, 사실 등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또 다른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리프레이밍은 ‘물구나무서기 방법’이라고도 불린다. 한다. 액자의 테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그림의 분위기와 가치가 달라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리프레밍은 사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생각을 전환시켜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마음에 긍정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후회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데 리프레이밍의 관점으로 해석하면 후회한다는 것은 미래를 염두에 둔 것이므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된다.

오늘부터 우리를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 관점을 바꾸는 기법 ‘리프레이밍’으로 일상을 재해석해 보자. 봄 햇살 같은 따듯한 마음을 주변에 베풀 때 가장 먼저 마음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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