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일보]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하면서 비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의대 교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교육의 질 보장을 위해선 교수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수도권에 비해 처우나 선호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는 비수도권 의대에서는 교수 구인난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분 2000명 중에서 비수도권 대학이 1639명으로 82%를 차지해 당장 전임교원 확보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셈이다.

충북대 의대의 경우 내년도 입학 정원이 기존 49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나는데 현재 시설이나 교육여건이 늘어난 정원에 맞지 않는다.

전공의 수련 과정에서도 적절한 수련을 받을 수 없다. 충북대병원의 경우 현재 내과 전문의 18명이 300~350명을 진료를 보는데, 입학정원이 늘어나면 전공의는 3배로 늘어나 1명당 입원환자를 5~6명밖에 볼 수 없게 된다.

한 번에 지나치게 많은 인원을 수용할 경우 진도를 제대로 나가기 어렵고 교육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물론 각 대학이 교수 채용을 확대한다면 이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선호도에서 밀리는 비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비수도권 의대 정원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대학가에서는 27년 만에 이뤄진 의대 증원이 장기적으로는 국내 의대 교수진의 역할과 근무 형태를 일부 바꿀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 교수진은 크게 연구에 임하는 기초의학 교수와 주로 진료에 집중하며 연구도 병행하는 임상의학 교수로 나뉜다.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이들이 교육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연구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많은 의대 교수가 연구 업적을 세워 대학이 국책 연구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정원이 크게 늘어난 의대에서는 교수의 이런 업무 형태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기초의학 교수를 모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초의학은 해부학, 생리학, 면역학 등 의학의 기본 학문을 의미한다. 본과 1~2학년 때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다.

그러나 진료를 병행하는 임상교수보다 소득이 낮은 탓에 기초의학 교원 ‘풀’ 자체가 넓지 않다고 대학들은 지적한다.

충북대를 비롯해 정원이 2~4배 수준으로 파격적 늘어나는 지방 거점 국립대학들이 한꺼번에 ‘교수 모셔오기’에 나설 경우 기초의학 부문에서는 상당한 교수 부족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충북대 의대 해부학과 교수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정원이 4배로 늘어나면 최소한 해부학 교수 4명과 조교 4명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최소한 7~8년 훈련이 돼야 하는데 박사후과정 전공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갑자기 교수진을 구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과도기 상황에서 학교를 떠나 개원가로 이탈하는 교수가 늘어날 수도 있어 대학에서는 교수들을 어떻게 설득해 학교에 남아있게 할지도 과제로 떠안게 된다.

정부는 여러 우려를 불식시킬 정책적 보완과 지원 계획을 담은 세부 밑그림을 내놓아야 한다. 늘어나는 의사들이 수도권에 쏠리지 않고 지역에 정착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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