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맹경재 충북경제자유구역청장

[동양일보]내 인생의 가장 큰 모토는 ‘YES’이다. 모든 일에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살려고 한다. 세상에는 음과 양이 있다. 나는 음보다 양을 지향해야 한다는 믿음으로 사는데, 모든 사안에는 긍정적인 측면인 양과 부정적인 측면인 음이 반드시 공존하기 때문이다. 굳이 부정적인 면에 에너지를 쏟지 말고,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고 살펴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YES만이 살길이다.’

마음속 결의가 있기에 도지사님이 어떤 사안을 지시하시더라도 나는 ‘NO’라고 한 적이 없다. 한겨울에 사과를 가져오라고 하면 곧바로 NO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요구나 지시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했다. 사과는 없지만 사과의 성분이 필요하면 그와 비슷한 성분을 찾아 대처하고, 사과의 모양이 필요하면 그와 비슷한 모양을 찾아서라도 대처하려고 했다.

그렇게 공무에 임하였다. 지시한 사람이나 요구한 사람의 의도가 반영되어 전부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NO’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직원들에게도 이런 부분을 권유해 왔다. 특히, 실무적으로 긍정의 마인드는 큰 성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투자 유치를 할 때 수도권 기업이 비수도권으로 이전해 오면, 기본적으로 산업부 고시에 의한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그런데 인센티브를 주는 데에는 기준이 있다.

제조업의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사업경력을 충족한 기업에 한하여 지원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이럴 때 사업경력이 2년인 회사가 우리 도내로 이전해 오고 싶어 한다면, 업력 제한으로 인센티브가 지원되지 않는다고 하면 안되고 그 상황을 한번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업력의 기준을 법인 등기부등본에 오른 기산 시점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공장 등록 시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먼저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사업경력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기준으로 가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 가정집이 이사를 계획할 때도 최소한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하는 것이 당연지사인데 하물며 덩치가 큰 기업 운영 부지 이전에는 그보다 복잡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업이 운영 부지를 선정하는 동안에도 현행 사업은 지속할 테니 이전 후의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사업경력을 충족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

내가 만약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당연히 사업경력이 부족한 기업을 설득하여 사업장을 우리 도내로 이전하는 기간에도 사업경력이 누적된다는 것을 주지시켜 반드시 해당 기업을 유치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의 발로는 주인의식에 있다. 내가 주인이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원할 때 일이 성사될 가능성은 배가 된다. ‘NO’는 그걸로 끝이지만, ‘YES’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그래서 ‘YES’만이 살길이라고 일관되게 믿고 있다.

내가 경제통상국에 근무할 때도 직원들의 입에서 ‘NO’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교육하고 강조하였다. 특히 민원인에게는 NO라는 얘기를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 “선생님의 의지를 도정에 반영하려면 이러한 부분이 보완되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혹시 이런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까요?”라고 응대하도록 했다.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바로 어떤 상황에서도 ‘YES’를 먼저 말하는 것이리라.

언젠가 글로벌 기업인 한국 콜마 윤동한 회장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당신은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오로지 인재 등용, 직원을 뽑는 일에만 집중한다고 하셨다.

그분이 사람을 뽑는 데 있어 가장 첫 번째 기준은 효도하는 사람, 그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과 자세를 본단다. 여기에서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고는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결국, 주인의식이라는 것이다. 그 당시 강의장에 불이 켜져 있었는데, 강의가 끝난 후 불을 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딱 한 사람이 불을 끄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이 불을 끈 자세가 바로 주인의식이다. 자신이 주인이라는 생각에 불을 껐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소위 말하는 스펙이란 것은 3년 이내에 따라붙게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스펙 있는 사람에게 주인의식을 심으려고 하면 몇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는 말씀이었다.

주인의식 없이는 상황에 대처하는 힘이 부족하다.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보다 행정을 끌고 가는 힘이 약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충청북도 공무원의 주인의식은 ‘내가 곧 도지사다’라는 주인의식으로 민원인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직원 의식과 주인의식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일 수 밖에 없다.

다음은 열정이다. 열정은 전문가를 의미한다. 내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가 되려면 열정이 필요하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만약 내가 투자 유치 보조금 담당자라고 한다면, 적어도 내가보조금 분야에서는 1위가 되어야 한다는 열정이 그 사람을 전문가로 만들어내리라.

한 번은 산업부에서 고시 운영을 진행하며 우리 충청북도에 자문을 요청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충청북도가 가장 열정적으로 전문성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열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나는 항상 직원들에게 열정을 갖고 일하라고 주문한다.

어떤 일이든지, 누구에게든지, 정성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원인이 아무리 남루한 복장으로 방문한다고 해도 깔끔하게 차려입은 분과 절대로 차별을 두지 말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그리한다면, 그분들에게 반드시 감동을 전할 수 있다. 그리고 문제의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반드시 토론을 통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판단되더라도 절대 자만하여 진행하지 말고 토론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도 말해 준다. 아침에 일어나면 눈 뜨게 해줘 감사하고, 밥을 먹으면 밥을 먹게 되어 감사하고, 차 타면 잘 탈 수 있게 되어 감사하고, 사무실에 오면 내가 올 수 있는 사무실이 있음에 감사하고 이렇게 직원들하고 인사할 수 있어 감사하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라고 항상 직원들에게 말해 주었다. 이런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신념을 우리 직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했다. 결국, 소양이 업무의 기본이자 인간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언젠가 어느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혹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무엇이신지?’라는 질문을 했다. ‘인간으로서 가장 모범적인 삶을 살기 원하는 사람만 이 직업을 택하면 된다.’라고 주저없이 말했던 기억이 있다.

8급에서 7급으로 또 7급에서 6급으로 승진하면서 연수원 교무 업무를 보았다. 교무 업무에는 근태가 있다. 풀어 말하자면 근무 태도 평가다. 일반적으로 지방 행정에서 모든 중견 관리 과정 즉 행정 분야의 중견 관리 과정, 보건 분야의 중견 관리 과정, 복지 분야의 중견 관리 과정, 토목건축 분야의 중견 관리 과정이라는 게 있는데 이 과정은 보편적으로 4, 50대의 6급 공무원들이 연수한다.

이분들은 평균적으로 행정 경험이 20년 이상 되신 그야말로 노련한 중견 공무원들이다. 그분들의 근무 태도 평가를 할 때면, 반드시 이분들의 사용 기숙사의 청결 상태와 식사 후 잔반량 등을 식당 아주머니들과 청소 아주머니들에게 여쭤보고 난 후 이 사항들을 참고한다. 아주 단순한 이 참고가 어떻게 보면, 지극히 결정적인 평가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사람의 본질은 근무 태도뿐만 아니라 생활 태도에서 드러나게 되어 있다. 어쩌면 생활 태도에서 더 많이 그 사람의 본질이 노출되기도 한다. 물론 이분들은 이런 평가 과정을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의외로 어렵고 힘든 주민을 돌보는 사회복지 과정하고 주민들의 건강과 식생활 지도하는 보건 과정이 근태 평가 평균 점수가 가장 낮게 나왔다. 이런 뜻밖의 결과를 분석해 보니 보건 과정의 공무원들이 과거에 산아제한 등 국가 정책사업 현장 요원으로 투입 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바쁜 나머지 기본 소양 교육 과정을 전혀 받지 못했다. 사회복지 과정의 공무원들 또한, 과거 사회복지사 요원이라고 하여 기본 소양 교육 과정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었다. 그분들이 근무하는 긴 기간 동안 인격의 질적 향상이 부족한 상태로 유지되어 온 것이다. 결코, 그분들의 사회적인 의식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소양에 대한 의식 부족이 문제였다.

그랬던 경험이 있어 내가 관리자가 된 후에는 방향을 달리했다. 팀원과 직원에게 기본 교육부터 충실하게 받은 후 전문 교육을 받으라고 권유했다. 기본 소양 교육이 부족하면, 공무원들이 수준 높은 공직관 및 국가관 그리고 민족관이 진정성 있게 형성되고 발현되기 어렵다. 내 경험치를 통해 팀원들과 직원들에게 아주 소소하더라도 기본적인 소양을 각별히 교육하고 주지시켰다. 덕분에 우리 공직사회 전체에 적용되어 기본 교육은 반드시 이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틀을 갖추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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