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공동체의 유일한 청년 농업인
“친환경농업은 땅과 건강 되찾는 길”

[동양일보 도복희 기자]윤상(23·사진) 씨는 우렁이농법의 벼농사, 대추, 들깨 등을 유기농으로 농사지으며 ‘한살림’ 청년 생산자로 활동하는 청년농업인이다.

그는 오지마을 백록공동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곳은 경북 상주시 화서면과 충북 보은군 마로면 경계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 오지마을은 산 중턱에 작은 차돌박이가 있는데 그 모습이 흰 사슴을 닮았다 해서 예부터 백록동이라 불렸다.

백록공동체는 1991년 생산자를 중심으로 생명을 살리기 위해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이곳은 산 중턱까지 논이 있을 정도로 불리한 지역이지만 한 골짜기 전부를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었다.

매년 행해지는 도농 교류를 위해 대보름, 단오제, 가을걷이 때마다 수시로 소비자 회원들이 다녀가고 있다.

이곳 공동체 지론은 ‘소비자와의 교류가 없는 유기농은 없고 이 땅을 지켜나가는 것이 소비자 회원들’이란 생각이 확고하다. 지금은 도시회원들이 머물다 갈 수 있는 도농교류 체험관이 생겼다. 젊은 생산자들이 유입되면서 공동체에 활기가 돌고 있다. 백록공동체는 1991년 마을 생태계를 보전하고 자연과 함께하자는 취지로 새생명공동체로 설립돼 활동하다가 2001년 백록공동체로 개칭됐다. 현재 27명이 활동하고 있다.

윤상 씨는 이곳 백록공동체의 유일한 청년 농업인이다. 그는 “저와 같은 젊은 새내기가 많이 들어와 쌈박한 아이디어로 유튜브나 SNS 등 온라인 홍보를 통해 친환경농산물 소비촉진에 힘썼으면 한다”며 “어르신들이 힘들게 지켜온 친환경농업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친환경농업인으로 확고한 자리를 잡아 무조건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들의 건강을 챙기는 농산물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시켜 누구나 귀농해 들어오고 싶은 농촌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백록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윤 씨는 어릴 적부터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일을 하는 부모님을 보며 자랐다. 충북생명산업고와 연암대 원예학과를 졸업한 후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시작한 그는 농대에 다니면서 ‘생협’과 ‘한살림’ 견학을 통해 기존의 관행농업은 농약, 작물보호제, 제초제를 많이 사용해 토양과 인체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또 토양과 인체를 망가뜨리고 수확량만 늘리려는 기존 관행농법이 좋지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는 “제초제의 80%가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있는데 이 성분은 인체에 매우 해롭다”며 “좀 더 나은 먹거리를 생산하고자 유기농업은 더욱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씨는 2022년 청년창업농에 선정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농촌에 들어왔을 땐 주변에서 ‘왜 힘든 농사를 지으려 하냐’며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봤지만 그의 확고한 의지는 지금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땅과 건강을 되찾는 친환경농업이야말로 다른 어떤 활동보다 가치 있다는 것을 믿고 있었다.

고족희 기자 phusys2008@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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