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총 사상 첫 초교교사 출신 이준권 회장

교장, 교수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충남교총 회장. 오랫동안 이어져온 ‘낡은 틀’을 깨고 사상 처음으로 초교 교사가 충남교총 회장으로 선출됐다.
충남교총에서 초등교사가 회장으로 당선된 것은 77년 만에 처음인데다 역대 최연소 회장이기까지 했다. 작지 않은 ‘사건’이다.
지난달 28일 충남교총 34대 회장 취임식을 갖고 업무를 시작한 청양초교 이준권(41·사진) 교사.
19년간 사랑과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쳐 왔다고 자부하는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수업 시간에 빠지거나 지각한 적이 없다. 학교에서 기피 업무라고 하는 교무부장 5년, 생활(학폭)부장, 정보부장 등도 맡았다. ‘내가 안하면 누가 하랴’는 소명의식으로 아이들을 보살펴 온 이 회장을 만났다.
충남교총 회장으로 취임해 약 4주 정도가 지난 소회를 묻자 “학교 현장은 현재 악성 민원, 무고성 아동학대, 교육 활동 침해 행위 등 교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사건들이 많고 이는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와 연결돼 있다”며 “교육의 시작은 교권에서부터라는 마음으로 강한 교권을 확립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대답이 바로 나왔다.
초등 교사가 충남교총 회장직을 수행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느낌도 궁금했다.
그는 “충남교총 대변인직을 약 5년 정도 수행했다. 교육청과 정책 협의, 단체 교섭, 다른 교사단체와 협상 등 많은 일들을 했는데 실제 제안했던 정책 등이 교육계에 반영되는 것을 보고 느낀게 내적 동기부여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교총 회장 전과 후는 어떤 느낌일까?
이 회장은 “충남교총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교수 등 모든 교원이 속해있는 단체”라며 “소속별 차이가 있는 회원들이 실제 필요로 하는게 무엇인지 핀셋처럼 콕 집을 수 있는 맞춤형 정책을 전개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한 분야가 있다.
교사와 관리자의 갈등 해결을 선결 과제로 보는 이 회장은 “관리자들은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사들은 꿋꿋하게 교단을 지키는 선생님”이라며 “하지만 과다한 업무, 연수 증가, 일부 노조의 관리자와 교사의 양분화를 통한 인기 정책 등으로 갈등의 골이 적잖게 깊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방법도 적극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또 교총 내에 ‘충남교육연구소(가칭)’도 만든다는 복안이다. 시·군별 학령인구, 생활환경, 재정, 문화·복지 등의 격차가 커 다양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게 이 회장의 진단이다.
19년 교사 생활중 가장 가슴아픈 일을 물으니 지난해의 ‘서이초 사건’을 꼽는다. 한국교총과 충남교총은 사건 1년 전부터 최초로 생활지도법을 촉구했다고 밝힌 그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제시한 게 2023년 4월인데, 사건이 그해 7월에 일어나고야 말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빠르게 정부, 국회, 교육부가 움직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이 회장은 현재 전국 단위 교사 협회인 ‘사단법인 교사크리에이터협회’ 회장으로 협회를 이끌고 있다. 현재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타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율 연수, 직무 연수, 교육 서적 출간 등 많은 교육 활동을 하고 있다.
“충남교총은 앞으로 교원의 지위 향상과 교권 보호를 통해 교원이 우리 사회의 진정한 스승으로 존경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또 교사들이 어렵고 힘들 때 끝까지 함께하는 단체가 될 것이다.”
이 회장의 말이다. 그의 3년 임기내 어떤 변화가 있을지 기대된다. 공주 유환권 기자 youyou9999@d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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