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보공개 대상 제외…전자발찌도 안 차
경찰, 전과사실 뒤늦게 파악…초기대응 미흡

 청주 내덕동 20대 여성 살인사건과 관련, 느슨한 우범자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5일 숨진 채 발견된 용의자 곽광섭(46)은 성범죄 전과자였지만, 주민들은 이를 알지 못했다. 경찰도 때늦은 우범자 정보공유로 초기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수사경찰도 몰랐던 성범죄 전과자

경찰에 따르면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한 건물 3층에 사는 정모(23)씨가 지난 11일 낮 1시 30분께 "침대에 핏자국이 있고 언니가 사라졌다"며 신고했으나, 수사 초기 이웃집에 사는 곽을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곽이 성범죄 우범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던 것.

신연식 청주상당경찰서 수사과장은 "우범자를 관리하는 지구대 직원이 사건 당일 비번이라 사건 발생 3시간 뒤 (곽이 우범자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지구대 우범자 담당과 수사 경찰 사이에 성범죄 우범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은 이후 곽과 함께 우암산에 올랐다가 내려온 내연녀가 "곽이 내가 그 여자를 목 졸라 죽였다고 말했다"고 진술하며 뒤늦게 그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

결국 전과가 늦게 파악되면서 매일 기동대 등 300여명의 경찰관이 우암산 수색작업에 동원됐고, 부담감을 느낀 곽도 15일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친딸 등 성폭행 했지만 신상공개 제외

곽광섭은 지난 2004년 친딸을 수차례 성폭행하고 내연녀의 딸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5년간 복역한 뒤 2009년 출소한 성범죄 전과자로,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였다. 검찰은 곽에게 전자발찌 착용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전자발찌 제도가 2008년 9월에 시행되며 그 이전에 행한 범죄를 소급해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다는 취지로 심리중이라는 게 이유였다. 전국 법원에는 이 같은 이유로 계류 중인 사건이 2000여건에 달한다.

정보공개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제도가 도입되기 이전인 2004년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는 19세 미만 자녀가 있는 지역민과 초․중․고교에 우편 고지되지만, 당초 공개대상에서 제외되면 제도 취지가 무의미해진다.

◇경찰, 우범자 관리 딜레마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상공개 제도 개선 등 성범죄자 관리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성범죄 근절대책에서 정보공개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817명의 신상이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에 새로 공개된다.

경찰의 우범자 관리도 강화된다. 그러나 경찰은 직접 조사 등 법적근거 없이 관리만 강화할 경우 인권침해 논란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경찰 인권침해를 주장하며 투신소동을 벌였던 50대가 지난달 29일 스스로 목을 맸다. 그는 "경찰이 우범자 관리를 이유로 27년전 성범죄 전과를 들먹여 부인 등 가족들이 이를 모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우범자 관리규모도 부담이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충북지역 성범죄자 신상정보열람대상자는 54명에 불과하지만, 충북경찰의 관리대상은 512명(8월말 기준)에 달한다.

한 일선 경찰관은 "우범자 관리가 내규에 따라 이뤄진다. 동향 파악 외에 직접 관리하는 것은 인력부족에다 인권침해 등의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우범자 첩보 수집을 위한 명확한 법적 근거 마련을 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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