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록서 자료 못찾아…수사팀에도 관련자 없어

 

 

검찰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소·고발된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을 사자(死者) 명예훼손 혐의로 17일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조상철 부장검사)는 이날 노 전 대통령이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권양숙 여사가 이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노 전 대통령과 권 여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 명예훼손)로 조 전 청장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그러나 발언을 저장한 CD를 제작·유포해 권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부분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불기소했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대검 중앙수사부가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 청와대 여직원 두 사람 명의로 된 거액의 차명계좌 2개를 발견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대검이 보관 중인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에서는 그런 내용의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5월과 6월 두 차례 중수부 수사기록 중 우리은행 관련 자료의 복사본을 받아 주장의 진위를 확인했다.

조 전 청장은 또 수사 내용을 알 수 있는 유력인사로부터 문제의 발언 내용을 들었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인사의 인적사항은 끝내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유력인사가 당시 수사팀 관계자였을 걸로 추정하고 이인규 전 중수부장을 비롯해 수사 관련자들에게 확인했으나 조 전 청장에게 해당 내용을 전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전 청장은 권 여사가 민주당에 특검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발언도 같은 유력 인사한테서 들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검찰은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다만 조 전 청장의 발언이 담긴 CD는 현장교육에 참석하지 못한 내부 직원 교육용으로 제작해 서울지방경찰청 산하 5개 기동단에 배포한 것으로, 유통·통용될 수 있는 출판물이라고 보기 어려워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청장은 "우리은행 측에는 확인도 안 하고 중수부가 던져주는 자료 일부만으로 차명계좌가 없다고 하는 건 승복할 수 없다. 재판과정에서 충분히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런(차명계좌) 얘기를 한 게 부적절하다고 해서 정치적·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건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범법을 했으니 사법처리를 받아야 한다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앞서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이던 2010년 3월 경찰기동대 대상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자살한 이유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이 뛰어내린 바로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 그래서 특검 이야기가 나왔는데 권 여사가 민주당에 얘기해 특검을 못하게 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노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는 조 전 청장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권 여사와 관련해서는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또 강연 내용을 CD로 제작해 경찰 간부들에게 배포한 데 대해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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