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종 호 논설위원·청주대 명예교수

교육계가 학교폭력의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 여부를 놓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와 일선 교육청 간에 논란의 단계를 넘어 대립관계로 악화되고 있다. 학교교육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교육총괄부처인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부에의 기재지시에 5개의 교육청이 반발 내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 1월 한국교육개발원에 의뢰해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이 폭력근절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설문조사 하였고 그 결과로 나타난 학교장과 교감 86.6%, 학부모 81.2%, 교사 79.9%, 일반국민 78.2%, 학생 68.9% 찬성 등을 근거로 20122월 종합대책 속에 학생부에의 기재를 교육정책으로 채택하여 일선교육기관에 시달한 바 있다. 이 정책은 83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학교폭력 기록의 졸업 전 삭제 또는 중간삭제등을 권고하면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교과부는 학교폭력의 가해사실을 학생부에 기재함으로써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수 있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학생지도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불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서울, 경기, 강원, 전북, 광주 등 소위 진보성향 교육감들은 어린 학생들의 한 번 실수로 주홍 글씨를 찍는 것은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 “숨 막히는 경쟁교육은 엄벌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엄벌한다고 학교폭력이 해결되겠느냐”, “학교폭력보다 더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학생은 입시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데 학교폭력 가해학생만 징계와 입시불이익을 주는 것은 법의 한계를 넘어선 과잉처벌이라는 등의 이유를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반대교육감들은 교과부장관에 대하여 교육파괴 종결자라는 용어까지 써 가며 비난하는가하면 그 중 한 교육감은 기자회견을 통하여 학교폭력사실의 학생부 기재방침을 거부한 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특별감사는 감사를 빙자한 폭력이라면서 이날부터 교과부장관을 상대로 탄핵추진을 비롯, 법적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에 반하여 전국 16명 중 5명을 제외한 11명의 보수 성향 교육감들은 교육부의 방침을 따름으로써 학교현장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세종, 대전, 충북, 충남 등 4개 시·도 교육감들은 한 자리에 모여 학교폭력대책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모든 학교에서 누락 없이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고 이와 관련해 일선학교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도록 지도하겠다는 소신을 밝히기도 하였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것처럼 학교교육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대다수의 교육자와 피교육자인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학생부 기재를 당연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 및 지식인들도 이에 동조하는 추세이다. 가해학생의 인권침해 우려 못지않게 피해학생의 마음의 상처와 고통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인 것이다.

청소년기의 단순하고 우발적인 폭력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함으로써 비행학생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비교육적이라는 주장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하여 학교폭력을 방관하거나 도외시할 수는 없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적극적인 교육의 차원에서 사회와 학교는 어릴 때부터 인간사회에 있어서 폭력을 비롯하여 신체적 위해는 결코 허용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깊이 인식케 하고 실천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강한 자가 약한 자에게 폭행을 가하는 것은 극히 잘못된 행위라는 것을 초등학교 저학년도 잘 알고 있다. 학교폭력의 근절은 학생 생활지도의 핵심사항이고 학생으로서의 학교공동체 유지에 대한 의무이며 배움의 동산으로서의 학교교육의 요체이고 학교교육의 존재가치인 것이다. 그런데 이를 어기고 폭력행위를 하였다면 반 학생적 행위인 것이다. 그렇기에 반 학생적 행위를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은 학교교육에 있어서 필수적인 영역이라고 보아야 한다. 반 폭력은 인류공동의 규범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보루이며 된 사람으로서의 자격요건인 것이다. 또한 잘못하였으면 잘못한 것으로 기록되는 것은 인간의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의무인 것이다. 학교는 학생시절부터 모든 행동의 자기 책임화 풍토를 조성하여야 한다. 학생시절부터 옳고 그름을 가려 옳은 것을 취하는 정의의 실천인이 되게 교육하여야 한다. 학교는 정의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인격도야의 장으로 가꾸어야 한다.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는 학교가 정의(진리)의 전당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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