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달라 술주정․행패 부린 40대 입건
추석 앞둔 청주 수동 인력시장 찬바람만

 

24일 새벽 청주시 상당구 수동 일자리종합지원센터 앞에서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거리를 기다리고 있다.
추석이 더 서러운 이웃이 있다. 단란한 연휴를 보내야 하지만, 일자리가 없어 괴로운 일용직 근로자들이 바로 그들이다. 최근 청주에서 40대 일용직 근로자가 일자리를 달라며 음주난동을 부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추석을 앞둔 이들의 마음은 시리기만 하다.

◇일자리 달라 행패 40대 입건

일자리를 달라며 인력시장에서 술주정 행패를 부린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일거리를 기다리는 동안 마신 술이 화근이었다.

지난 19일 오전 6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수동 일자리종합지원센터에서 A(40)씨가 일을 못 나가 먹고살기 힘들다. 일자리를 달라며 행패를 부렸다. 오후 1시 50분까지 7시간 동안 욕설과 난동을 벌인 A씨는 결국 경찰에 붙잡혔다. 술김 난동 범행의 동기는 배고픔이었다. 반노숙 생활을 하며 매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 막일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최근 며칠간은 그나마 일자리가 없었다. 수중에 있던 돈은 금방 떨어졌다. 이날도 새벽부터 나와 일감을 기다렸지만 그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나쁜 짓은 안 된다며 참았으나 일감을 기다리며 한잔 두잔 마신 술에 눈이 뒤집혔다.

A씨는 경찰에서 "일을 하려 며칠째 인력시장을 찾았지만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며 "술을 마시고 순간적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렇다고 처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24일 A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의 추석은 더욱 서럽게 됐다.

◇시린 가슴에 찬 소주만…

사건이 일어난 6일 뒤인 25일 새벽 4시 30분께 청주시 상당구 수동 일자리센터 앞. 흔히 인력시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추석 연휴를 3일여 앞둔 이날 새벽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잠이 덜 깬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허기를 달랜다. 초가을이라 할 수 있는 9월이지만 쌀쌀한 날씨에 벌써부터 두툼한 겨울옷을 껴입었다.

이곳에서 만난 김모(여․63)씨는 "다만 얼마라도 벌어 차례상이라도 제대로 차릴까 해서 나왔다"며 초조하게 서성거렸다.

새벽 5시가 넘어가자 어느새 모여든 사람이 50명이 넘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절반은 그냥 돌아간다고 한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며 인력시장은 활력을 잃었다. 일당 15만원을 받는 콘크리트나 철근 등 기술을 가진 건설 인부는 대부분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을 찾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이들은 거의 농가 일을 돕거나 식당에서 일하는 일용직들이다.

그나마도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고 푸념했다. 장모(여․59)씨는 "식당들이 조선족이나 불법체류자를 더 선호한다"며 "같은 돈을 주고, 군말 없이 일 시키기가 좋아서 그런가보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이들은 한쪽에 모였다. 새벽 시린 가슴 위에 찬 소주를 붇는 절절함이 느껴진다.

명절을 앞두고 더욱 삭막해진 인력시장. 동이 터 오며 오늘은 일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줄어간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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