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5년 성과 제시.."경제체질 탈바꿈 기회"

이명박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협력이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가 대독한 연설에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재정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점에서 지난 2008년 겪은 미국발 금융위기 때보다 여건이 더욱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 내년 예산안을 포함한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을 조속히 통과시킴으로써 선제적 대응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이번 시정 연설이 이 대통령 임기 중 마지막이라는 점에서 집권 5년 동안 성과를 설명하고, 차기 정부가 선진국으로 한 발짝 더 도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세계 재정위기..경제의 마지막 방파제 무너져" = 이 대통령은 "지금의 재정 위기는 다르다"고 규정했다.

2008년 취임과 동시에 들이친 금융위기는 G20(주요 20개국)을 주축으로 과감한 재정 정책에 공조함으로써 이겨냈지만, 유럽 재정악화로 비롯된 이번 위기에는 대처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중국ㆍ인도ㆍ브라질과 같은 신흥국가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세계적 수출과 생산이 위축되는 것도 악재다.

이 대통령은 이를 "경제의 마지막 방파제가 무너졌다"고 표현하면서 2008년과 같은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4%로, 선진국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분의 1로 낮고, 외화보유액도 역대 최고 수준인 3천만 달러라는 점에서 위기 극복을 자신했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이 대통령은 과감한 규제완화와 경제활성화를 꼽고 "우리 경제 체질을 탈바꿈하는 기회로 삼아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 놓겠다"고 말했다.

예산안을 비롯해 정부가 제출한 법률안에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경제활력ㆍ민생안정 예산.."촘촘한 맞춤형 복지 지원" = 이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대외신인도 제고와 미래대비 정책 여력 확보를 위해 경제활력, 민생안정 예산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균형재정과 경제 여건을 고려한 재정지출 확대 사이에서 `중심추를 잡으려 고심했다는 얘기다.

내년 총지출 증가율은 5.3%로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부족한 부분은 정부가 자금을 직접 조달하던 방식에서 시중의 풍부한 민간자금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실질 총지출 증가율을 7.3%까지 끌어올렸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기업투자 촉진 등 내수 활성화 △무역금융 확대 △중소기업 수출 역량 강화 △지방재정과 지역 인프라 사업 지원 강화 △일자리ㆍ복지 등 서민 생활 개선 △폭력ㆍ재해예방 예산확충 방안 등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예산에 대해서는 "촘촘한 맞춤형 복지 지원을 통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꼭 필요한 복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0∼2세 보육료를 선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하면서 논란이 붙었지만 여전히 `선별적 복지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서비스산업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내용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통과도 요청했다.

서비스 산업은 전체 고용의 70%, GDP의 6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에 1인당 국민 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여는 데 핵심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인식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 지휘체계를 합참의장 지휘 아래 두고 참모총장들도 군령권을 갖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방개혁안 통과를 촉구함으로써 임기 내 군 체질 개선을 위한 협력을 당부했다.

△녹색성장ㆍ4대강 등 성과 제시 =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을 기후 변화에 대비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창출할 현 정부의 주요 성과로 들었다.

환경과 개발을 병행하는 녹색성장 전략에 전 세계가 주목하면서 우리나라가 국제기구로는 역대 처음 설립을 주도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연장 선상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100년 만의 큰 태풍을 연이어 거치면서 이미 그 사업성과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태국과 같이 물난리를 겪은 나라들도 4대강 사업의 벤치마킹에 나섰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전날 고졸 취업 활성화를 위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이 대통령은 "그동안 마이스터고를 만들고 특성화고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신고졸시대를 열고자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이밖에 최근 주요 선진국들에 대한 국제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지는 가운데에도 우리나라만 상향조정됐던 점에 자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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