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기업인들 가운데 40% 정도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외국 기업인들보다 국내 기업인들이 느끼는 부패 인식 정도가 심하다는 점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내 기업인과 주한 외국 투자기업 직원 9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 기업인은 40.1% 정도가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답했다. 반면 외국 기업 직원들은 13%만이 우리 사회가 부패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우리 기업인의 10명 중 3명 꼴인 36%가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답했고, 외국 기업인은 12.4%가 공무원이 부패하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간 업무와 관련해 금품이나 향응, 편의 등 뇌물제공 경험이 있는 지에 대한 질문에는 국내기업인 1.6%, 외국기업인 1.2%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부패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국내 기업인(40.3%)과 외국 기업인(41.6%)이 모두 부패유발적 사회문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개인윤리의식 부족과 고비용 정치구조도 부패 발생 원인으로 지적됐다.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국내기업인 42.0%부패행위에 대한 적발·처벌의 강화’, 외국기업인은 22.8%사회지도층 및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패감시활동 강화등을 제시했다. 이를 곱씹어 보면, 부패행위에 대한 적발과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부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기업인들의 인식이다. 돈이 많이 드는 정치구조로 인해 정치개혁이 어렵다는 시각도 드러난다. 절반에 가까운 기업인들이 이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부패한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면 기업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속내를 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조적으로 부패해 있는 공직 사회에 대한 불만과 애로가 있음에도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부패한 사회문화에 순응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상식과 공정한 구조 하에서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기업인들의 인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기업인들의 비리나 부패도 결과적으론 구조적인 사회문화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인식은 비단 기업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각에선 실제 부패한 정도보다 심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책임은 부패하다는 인식을 깨뜨리지 못한 공직사회에 있다. 이같은 인식을 깨뜨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철저한 단속과 누구나 용납하고 수긍할 수 있는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처벌이어야 한다. 정치권 스스로 고비용 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제도적·법률적 개선이 필요하다. 부패한 사회문화를 바로잡는 길은 공정하고 강력한 처벌을 바탕으로 한 개혁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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