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태씨 유족-정수장학회, '강압' 여부 공방

고 김지태씨 유족이 5.16 쿠데타 직후 강압에 의해 부산일보 주식 등을 넘겨줬다며 정수장학회(당시 5.16 장학회)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의 항소심 첫 재판이 열렸다.

특히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에서 1심 판결에 대해 '강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가 곧바로 발언을 정정한 일이 있은 이후 열린 이날 재판에서는 김씨 유족과 정수장학회측은 주식을 넘기는 과정에 강압이 있었는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24일 서울고법 민사12부(박형남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김씨 유족 측은 "정수장학회는 원인무효에 이를 정도의 강압 때문에 강탈된 것"이라며 "국가가 불법행위를 해놓고 소멸시효나 제척기간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수장학회 측은 "김씨가 재산을 헌납하는 과정에서 강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과거사위원회 등의 결론이 맞는지 판단을 내려달라"며 "설사 강박이 있었더라도 사건이 벌어진 지 50년이 지난 만큼 제척기간이 지났다"고 반박했다.

재판에서는 김씨 유족이 피고 측을 `박 후보'로 지칭하려다 재판부로부터 "관계없는 인물을 언급하지 말아달라"는 제지를 받기도 했다.

유족 측은 재판이 끝난 뒤 `김지태씨는 부정부패로 많은 지탄을 받은 분'이라는 박 후보의 발언에 대해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비방했다고 생각한다. 공당의 대선후보인 만큼 바로 법정에 가기보다 태도를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 후보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기업인으로 2, 3대 민의원을 지낸 김씨는 1962년 부정축재자로 분류돼 재판받던 중 주식과 토지 10만평을 기부하기로 했으며, 이 재산을 기반으로 5.16 장학회가 설립됐다.

과거사위원회는 2007년 "국가재건최고회의 승인에 따라 주식과 토지를 국가에 헌납할 것을 강요했다"며 국가에 재산반환과 손해배상을 권고했고, 유족은 "정수장학회는 강제헌납받은 주식을 반환하고, 반환이 곤란하면 국가가 1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 2월 "김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5.16 장학회에 주식을 증여하겠다고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시효가 지나 반환 청구는 할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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