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승 훈 충북생생연구소장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논쟁이 치열하다. 한 쪽은 “NLL은 수많은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것” ,“우리 장병이 목숨을 바쳐 지켜낸 NLL을 포기하려는 것이냐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다른 한쪽은 “NLL을 지키되 평화협력지대 설치가 함께 가야 한다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 주장의 차이는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이 서로 틀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는 북한을 믿을 수 없는 상대로 보고 있는 반면 후자는 북한을 믿을 수 있는 상대로 보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공동어로구역이 설정된 상황을 가정해 보자. 우선 공동어로구역 내에서는 양측 어선이 자유롭게 조업을 할 수 있는데 공동어로구역의 설정이 NLL을 중심으로 북한 수역보다는 남쪽 수역에 더 많이 걸쳐 있어 우리 인천 앞바다 바로 앞까지 북한 어선이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게 된다.

어디 민간 어선뿐인가? 북한 어선의 조업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북한 경비정도 남쪽 해역을 다닐 수 있다. 그런 상태에서 북한이 군사적으로 적대적인 활동을 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심히 걱정스럽다.

북한을 믿는 측에서는 걱정말라고 하겠지만 그동안 북한의 행태로 볼 때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M후보는 공개적으로 서해 해전,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이 되풀이 되는 것이 NLL 지키기냐”,“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보다 더 나은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유추해 보면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이 북한의 도발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그동안 서해 해전,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을 누가 일으켰는지 생각해 보면 과연 공동어로구역 설정이 남북한간 평화를 보장하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누구나 다 알듯이 우리가 먼저 북한을 공격한 적은 없다.

잘못은 북한이 했는데 그런 북한을 나무라기는커녕 북한이 그런 도발을 하는 것은 우리가 NLL을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니 그런 도발을 막으려면 NLL을 고수하지 말고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해 사실상 NLL을 포기하자는 주장이다.

그동안 북한은 NLL을 무력화하려고 온갖 짓을 다하였다. 왜냐하면 그 선은 우리 정부가 서해상에서의 실효적 지배를 위해 설정한 선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많은 장병들이 희생됐다. 적어도 NLL을 포기하려고 하면 북한의 사과부터 받아야 한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하면서 왜 우리의 실질적 영토선(독자들께서는 실질적이란 말에 유의해 주시기 바란다)NLL에 대해서는 가볍게 생각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도대체 누가 우선인가? 우리 한국인가, 북한인가?

인생을 살다보면 지나치게 자기 것을 주장하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지만 또 좋은 게 좋다고 너무 쉽게 양보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반적인 세상살이에서는 양보하면서 사는 것이 미덕일 수 있지만 적어도 국민들의 안전이 걸려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양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테러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것은 한 번 양보를 하면 끊임없이 양보를 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피해를 당하기 때문이다. 북한과의 문제도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는 논리라면 그들이 또 다른 도발을 해 올 때 우리는 또 다른 양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모든 것을 내주고 거리에 나 앉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그간의 무력 도발에 대해 진지하게 사과하고 더 이상 무력 도발을 하지 않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한 결코 양보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자유는 결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 통일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이지만 우리 국민들의 자유와 안전을 희생하게 하는 감상주의에 기초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 동포인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하고 있는 북한당국에 대해 한 마디 쓴 소리도 못하는 비굴함도 모자라 북한당국을 맹목적으로 신뢰하면서 공동어로구역과 같은 감상적인 구상을 평화의 길로 오해하는 안타까운 비극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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