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 강·절도
장물매각 5년 새 3배 증가
비 전문범죄도 증가추세
 
생활비 등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일 청주시 흥덕구 한 대학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지갑을 훔친 윤모(33·무직)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등록금이 없어 이 대학을 휴학한 윤씨는 도서관을 전전하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는 경찰에서 생활비는 점점 떨어져 가는데 취업도 되지 않고 알바도 구해지지 않아 지갑을 보는 순간 욕심이 생겨 (지갑을)훔쳤다고 진술했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에 청년실업까지 겹치며 윤씨와 같은 이들은 결국 범죄에 손을 대게 된다. 그러나 주변의 지갑 등에 손을 대는 사소한 범죄에서 상습범이 되거나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의 생계형 범죄는 우발적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 주변에서 가져가 팔기 쉬운 건축자재나 철문, 다리 난간 등도 닥치는 대로 훔친다.
지난 25일 절도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김모(49)씨가 바로 이런 경우다. 그는 지난달 18일 밤 자신이 일하던 괴산의 한 공장 창고에서 전선과 스크류 기계 등 400만원 상당의 건축자재를 훔쳤다가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회사가 경영난을 핑계로 밀린 임금을 주지 않자 이 같은 일을 저질렀으며, 훔친 자재는 고물상에 처분, 생활비에 사용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황형 절도는 전국적으로도 유행해 고물상 처분 장물매각 사건은 최근 5년 사이 3배가 늘었다. 귀금속 장물 사건을 제칠 정도다. 충북지역에서는 올 상반기 지난해보다 10% 감소했으나 8~9월에는 지난해보다 8% 증가했다.
불황 속 범죄는 절도 등에서 살인이나 강도 등 강력 범죄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청주 분평동 해장국집 60대 여종업원 살인사건 용의자 현모(44)씨도 생활고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현씨가 해장국집에서 여종업원을 살해하고 가져간 돈은 겨우 현금 25만원에 불과하다.
밀려드는 세금을 내지 못한데다 전기마저 끊겨 냉장고에 보관된 음식이 썩어갈 정도였던 현씨는 극심한 생활고 끝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극심한 불황의 여파로 최근 발생하는 대부분의 절도사건은 전문 절도가 아닌 생활비 등에 시달리는 이들의 생계형’”이라며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막다른 상황에서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삭>
 
 
유사수신 사기
은퇴세대·서민 등 요주의
채권 등 고배당 미끼로 유혹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높은 이자나 고수익을 내세워 자금을 모집하는 유사수신 사기가 기승을 부려 서민들의 돈과 희망을 앗아가고 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1일 선물옵션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투자금을 받아 챙긴 A(51)씨를 사기 혐의 등으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26일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매달 30%의 수익을 주겠다고 속여 6명에게 투자금 1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자신을 유명 대학교 박사 출신의 선물옵션 투자 전문가라고 소개해 투자자들을 모은 뒤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 31일에는 해외 벌목사업 투자명목으로 서민들에게 수십억을 받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청주상당서에 따르면 심모(·56)씨 등 4명은 말레이시아 벌목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배당하겠다고 속여 영세상인과 가정주부 등 189명으로부터 73억원을 받아 챙겼다. 벌목사업은 20089월 중단됐지만, 심씨는 투자자들을 계속 끌어들였다. 그는 자신이 일하던 업체 대표가 임대한 말레이시아 방기섬에 투자자들을 데려가 벌목현장을 확인시키는 등 치밀한 범행으로 투자자들을 속였다.
또 지난달 진천에서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지인에게 사기를 친 30대가 입건되는 등 충북지역에서 각종 유사수신 사기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유사수신 사기범죄는 2의 경기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이들을 상대로 기승을 부린다. 사기꾼들은 2의 인생을 설계하려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은퇴세대를 겨냥해 각종 수법으로 서민들을 유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지난 7월 각종 유사수신업체 35곳을 적발,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적발된 업체는 대부업·채권추심업(9)은 물론, 백화점 판매 등 판매사업과 비상장주식 매도업체(7), 부동산개발사업(4) 등으로 고액 배당이나 고리의 이자를 준다고 속이거나 고수익을 미끼로 자금을 모집해 투자자들을 유인했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검증되지 않은 에너지, 바이오 등 미래신사업 투자나 해외투자에서 고수익을 보장하는 행위 등에 주의를 당부했다. 또 최근 대선을 앞두고 정·관계 인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투자를 권유하거나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어려운 경기 속에 유사수신이나 금융사기 범행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액 배당이나 높은 이자를 약속하는 투자는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도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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