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 신화의 주인공인 오바마의 재선은 그 자신과 가족의 영광이자 미국내 흑인과 아시아계 이주민을 비롯한 소수인종 사회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인구의 절대다수가 백인이고 사회 각 분야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소수인종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준 쾌거이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재선 성공은 그의 첫 당선과 함께 미국 정치사를 크게 구획 짓는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 국민과 함께 그의 재선 성공을 축하한다. 파키스탄 등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도 오바마의 재선을 반기고 있다.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는 말할 것도 없이 2기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다. 1기 오바마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들이 밝힌 한반도 정책과 미국 민주당이 9월 초 발표한 정강정책을 보면 2기 오바마 행정부 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듯하다. 한국과의 동맹관계를 축으로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압박과 대화노력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침 국내 주요 대선 주자들도 대북대화에는 적극적인 입장이어서 북한의 태도에 따라 6자회담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전시 작전권 전환을 통한 한미동맹 업그레이드와 방위비 분담을 비롯한 한국의 역할 증대 등도 기존 정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다만 어느 때 보다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재의 한미관계 지속여부는 12월 한국 대선의 결과에 따라 다소 유동적일 수 있다. 양국의 차기정부가 처리해야 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 2015년 전작권 전환, 용산기지 이전 등의 현안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혹시라도 재선 성공의 자신감으로 과거의 밀어붙이기식 일방주의로 돌아가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2기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정책도 관심사다. 아시아는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인 미국과 미국에 버금가는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의 힘이 마주치는 현장이다. 양국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느냐에 따라 역내 국가의 외교.안보정책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2010년 아시아 복귀를 공식 선언했다.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는 아시아·태평양으로 국방의 축을 옮긴다고 밝혔다. 실제로 베트남과 필리핀이 남중국해 일부 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중국과 마찰을 빚자 연합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들 국가를 지원했다. 일본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놓고 중국과 마찰을 빚자 영토분쟁에는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센카쿠는 일안보조약상의 방위대상이라며 일본편을 들었다. 중국은 미국의 이런 아시아 정책을 중국 포위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호를 취역시키고 항모 킬러 미사일을 개발해 잠수함에 탑재하는 등 해양굴기에 나서고 있는 것도 미국의 견제망을 뚫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현안은 모두 양대 패권국인 미국과 중국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 마침 중국도 8일부터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양국 새 지도부의 슬기로운 대처로 역내 긴장과 대립의 파고가 높아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