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간 단일화 경선룰을 둘러싼 협상이 20일 극명한 시각차로 정면 충돌 양상을 빚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안 후보는 전날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를 단일화 방안으로 제시했으나 세부 시행방안에 대해 문 후보 측이 반발한 가운데, 양측은 이날 다시 원점에서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아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양측은 이날 협상 내용에 대한 '언론플레이' 책임론을 서로 제기하며 브리핑을 통해 난타전을 벌이는 등 격한 파열음을 냈다.

단일화 시한인 후보등록 마감일을 불과 엿새 남긴 상황에서 이날 중 경선룰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여론조사+α' 방식은 사실상 물건너가고 여론조사만으로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단일화 방식 `통 큰 양보' 입장차 =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제시한 여론조사와 공론조사식 배심원제를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가 지난 18일 안 후보 측이 결정하는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문 후보도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흔쾌하게 수용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구나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다른 안을 제시하더라도 큰 틀의 방식 자체는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당 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시행세칙은 협상팀 논의과정을 거쳐 납득할 수 있을 만큼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실제 협상장에서는 문 후보의 언급과 달리 `통 큰 양보'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잇따라 직격탄을 날렸다.

유민영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점잖게 말씀드리는 데 맏형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면서 "제안을 하라고 해 우리가 제안했더니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논의가 원점에서 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저희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식을 고집한 적 없고, 앞으로도 고집할 생각이 없다"면서 "양측이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 결론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공론조사식 배심원제 '디테일' 시각차 확연 = 문 후보 측은 안 후보 측이 협상장에서 제시한 공론조사식 배심원제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문 후보가 민주당 대의원, 안 후보가 펀드 및 후원금 참여자를 표본으로 선정해 공론조사를 할 경우 문 후보의 패배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민주당 대의원의 경우 구성이 다양해 문 후보를 100% 지지하는 게 아닌 반면 안 후보 후원자는 적극적 지지층"이라며 "안 후보 측이 이를 뻔히 알면서 이런 안을 가져온 게 참으로 어이없다"고 말했다.

대신 문 후보 측은 공론조사를 실시하되 '아웃바운드' 형태로 표본을 추출하는 방안을 역제안한 상태다.

 

아웃바운드는 일정한 규모의 모집단 내에서 표본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유권자 중 지역별·성별·연령별 인구 분포를 맞춰 무작위로 의사를 확인해 조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2010년 `김진표-유시민', 2011년 `박원순-박영선' 단일화 때 도입한 방식이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미 이전 선거를 통해 현실적으로 '과대 대표성' 등의 문제가 증명된 방식인데다, 여론조사와도 유사해 도입할 명분이 없다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론조사 문구·시기 쟁점 = 여론조사 문구도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은 쟁점이다.

최근 적합도 조사는 문 후보, 경쟁력 조사는 안 후보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느 한측이 양보를 하기에는 퇴로가 좁은 지점이다.

안 후보 측은 협상장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가상대결하는 방식을 제시했고, 문 후보 측은 적합도라는 문구로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 송호창 공동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 문구와 관련, "일단 이길 수 있는 후보를 찾는 방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이란 표현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에서는 표현을 단순화하는 방향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기간을 놓고도 양측은 동상이몽이다. 문 후보 측은 주중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했기 때문에 최소 하루는 주중이 포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금요일과 토요일인 23~24일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주말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가 더 우호적이어서 주말인 24∼25일을 선호하는 입장이나 절충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대치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양측 모두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두 후보가 직접 회동해 쟁점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민영 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두 후보가 룰 협상 타결을 위해 직접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 "일단은 실무팀이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 좋다"면서도 "혹시 안 된다면 시한이 정해져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는 방법으로서 그런 측면도 있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