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우

 

내 귓속에는 귀뚜라미가 산다 이명이시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귀뚜라미가 산다니까요 귀뚜라미 몰라요?

 

귀뚜라미가 돌아왔다 닷새 만에 당나귀를 타고 불현듯 돌아왔다 깊은 밤, 귀뚜라미는 당나귀를 내 귓불에 매어놓고 귓속으로 들어왔다 나는 손바닥으로 귓불을 눌러 귀뚜라미를 가두었다 귓속에 갇힌 귀뚜라미는 잠시, 당나귀처럼 날뛰었던가 아직 울어야 할 울음이 넘쳐난다는 듯

 

귀가 운다 귀뚜라미가 운다 이명요? 아니라니까요 그냥 귀뚜라미라니까요 눈을 뜨면 귀가 뚫어져라 울어대던 귀뚜라미는 어느새 당나귀를 타고 가고 없다 조용한 아침이다

 

 

△시집 ‘자두나무 정류장’ 등

동양일보TV

저작권자 © 동양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