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도 근 취재부 기자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 한다. 꽃 중의 꽃이랄까 대통령선거가 불과 20일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양사를 보면 고대 민주정에서 가장 이름 난 정치인은 아테네의 페리클레스다. 참주정치를 무너뜨리고 민주정의 시대를 연 그의 집권기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다시 회자될 정도다. 귀족이며 당대 최고의 엘리트인 그가 평민이 주류인 민주주의파의 수장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 그는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빵과 서커스를 적절히 활용했고, 집권에 방해되는 정적을 제거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키도 했다. 페리클레스의 예에서도 볼 수 있듯 고대부터 선거는 쇼의 연속이었다. 출마자들은 보여주기를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잡는데 역점을 둔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바로 유권자가 출마자를 대상으로 하는 쇼다. ‘우리에게 표가 이만큼 있으니 우리를 위해 할 일을 보여달라’는 게 이들이 하는 쇼다.

최근 대선을 앞두고 각 업계나 단체들의 움직임이 과격해지고 있다.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려는 대중교통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택시업계와 버스업계는 ‘운행중단’ 카드를 빼들며 배수의 진을 치고 있다.

서로 ‘서민의 발’을 자처하는 택시와 버스업계의 양보 없는 신경전에 시민들은 불안하다. 여기에 전국의사협회는 저수가 제도와 포괄수가제 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 주말부터 토요휴진에 이어 다음달에는 전면 휴·폐업을 예고했다. 보험설계사 등은 다음주 정부의 저축성보험 비과세 축소에 반발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고, 카드모집인 등은 카드발급 제지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문제는 이 같은 업계, 단체의 단체행동이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당장 택시-버스업계의 운행중단이 있으나 점점 대선이 다가오면서 더 많은 이익단체들의 실력행사가 가시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들이 주장을 피력하고 싶은 것은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권이겠지만, 정작 뒤처리는 정부와 지자체의 몫이다. 업계나 단체의 고충처리반이 될 판이다. 대선 때마다 후보들을 자극하는 집단행동, 시민들의 불편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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