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로 휘청이고 있는 민주통합당 내에서 지도부 공백사태를 딛고 당을 추스를 비상대책위 체제가 '뇌관'으로 부상했다.

비대위의 진용과 권한, 존속기간 등의 내용에 따라 향후 당내 세력판도가 좌우될 수밖에 없어 계파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한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당무위원회와 의원총회를 잇따라 열어 비대위 지명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어서 이르면 이날 중 비대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나, 그 방향을 놓고 계파간 시각차가 뚜렷해 주류-비주류간 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날 의총에서는 비주류 그룹을 중심으로 대선 패배 책임론도 공론화될 것으로 보여 또 한차례 후폭풍이 예상된다.

문재인 전 대선후보측 핵심인사는 23일 "현재 비대위원장에 특정인을 지명할지 아니면 후임 원내대표가 겸임할지 두 가능성이 다 열려 있다"며 "내일 어느 쪽으로든 가닥이 잡힐 것이며 문 전 후보는 중론을 따르길 원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대위원장 후보군으로는 당내의 경우 정세균 상임고문과 김한길 박영선 추미애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외부인사 가운데서는 안경환 새정치위원장,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이 오르내린다.

주류측은 비대위원장을 놓고 내부 인사 기용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비대위를 중심으로 쇄신과 통합을 위한 준비작업에 속도를 낸 뒤 전대는 6월 정도 치러야 한다는 게 주류측 입장이다.

범주류 진영인 정세균 고문측의 최재성 의원은 23일 낮 기자들과 만나 "대선 패배에는 중도 수용성을 확장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라며 "지금은 당의 재탄생과 근본적 체질개선이 중요한 만큼 전대를 빨리 하자는 것은 '하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성 정당'을 '알칼리 정당'으로 완전히 바꾸는게 먼저"라며 "외부의 인력풀 문제, 호남, 안철수, 당 리더십 등의 변수로 인해 지금 당장 '국민정당'논의로 옮겨가면 분당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비주류측은 비대위를 차기 전대를 준비할 관리형 한시체제로 운영, 새 정부 출범에 맞춰 2월 안으로는 전대를 열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비주류측은 당초 후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는 쪽에 무게를 뒀으나 외부인사를 포함, 계파에서 자유로운 중립적 인사가 임시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계파간 세대결 양상이 펼쳐질 원내대표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수도권 3선 의원은 "비대위 체제를 길게 끌고 가자는 것은 주류가 책임론을 희석시키면서 기득권을 계속 가지고 가겠다는 것"이라며 "차기 전대는 대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대선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21일 1차 의총에서 다소 발언을 자제했던 비주류는 23일 의총에선 공개적으로 책임론에 포문을 열며 친노 주류측을 압박할 태세다. 비주류 그룹은 의총 직전 긴급 모임을 갖기로 했다.

비주류 4선인 김영환 의원은 '대선일기'에서 △단일화 실패 △친노 프레임 △중도·중부권 전략 부재 등을 대선 패배 이유로 꼽은 뒤 "총선, 대선에서 연거푸 배패한 친노세력은 역사 앞에 큰 죄를 지었다"며 "민주당은 이제라도 친노의 '잔도'(棧道)를 태우고 새로운 길로 가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문 후보는 `노무현 프레임'에 갇힌 순간 구도 싸움에서 밀렸고, 친노 측근들의 임명직 포기 선언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였다. 이정희 전 후보와 전 국민 앞에서 차별화했다면 3.6% 포인트 이상의 중도표가 몰렸을 것"이라며 "대선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당분간 조용히 떠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선 패배 후 당내외 인사들과 만나 후임 체제 등을 놓고 의견수렴 작업을 벌여온 문 전 후보는 이날부터 공식 일정을 잡지 않고 양산 자택 등에 머물며 비대위 구성 및 거취 등을 놓고 구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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