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해 계사년(癸巳年)을 맞이하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국민 대통합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계층간, 세대간, 이념간, 지역간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고 해소해 국민 통합과 대화합을 앞당길 수 있느냐에 대한민국의 21세기 미래 명운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8대 대선의 표심을 통해서도 다시 확인된 세대간 갈등과 고질적인 영·호남 지역주의 해소도 국민통합 실현의 우선과제다. 대선 과정에서 더욱 극명해진 보수와 진보의 이념 갈등도 해결책 찾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5060 세대는 이번 대선에서 노후에 대한 불안 등으로 개혁보다는 안정속 변화를, 2030세대는 사회 양극화에 대한 불만으로 정권심판을 택했다. 이들 세대간 갈등의 치유는 젊은 세대 일자리 확충과 중장년층 정년연장의 이해상충 문제나, 대선 직후 일각에서 제기된 2030 세대의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 폐지 운동이 말해주듯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올랐다.

지금 우리사회는 인구 6명중 1명이 연간소득이 1000만원도 안 되는 빈곤층이다. 연간 소득이 3000만원 미만인 가구가 전체의 40%가 넘고 1인 가구의 절반 가까이는 100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 빈곤은 노년층일수록 심해 65세 노인층의 빈곤율이 50%나 된다. 이러다보니 소득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전체 가구소득의 절반가량을 소득 상위 20%가 차지하고 소득 상하위 20% 간의 소득격차도 7배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소득상위 20%의 교육비 지출액은 하위 20%28배나 될 정도로 가난이 계층간 위화감을 넘어 교육 불평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가계부채도 심각하다.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64%가 빚을 안고 있고 평균 부채액도 8000만원이 넘는다. 여기에 남녀 소득격차도 심해 여성평균소득이 남성의 절반도 안된다.

이런 문제들을 방치할 경우 한국사회는 양극화를 넘어 상극화로 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장점인 동질성을 살려 사회 갈등을 해소해야 할 텐데 반대로 극단적인 분열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계속되면 세계 최고 수준인 자살률, 저출산율 등의 사회 복지 지표들은 최악으로 치달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적 약자 배려를 통한 경제 민주화, 정년연장, 일자리 늘리기, 중산층 복원,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확대, ‘반값등록금’, 공교육 강화, 하우스푸어·렌트푸어 지원, 지역균형발전 등을 통해 국민대통합, ‘100% 대한민국을 실현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양극화 문제나 국민통합이 공약과 구호만으로 쉽게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과거 정권도 출범 초기에는 화합과 통합을 내세웠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오히려 그간의 급속한 산업화 과정에서 발생한 양극화와 사회분열 문제가 해소되기는커녕 심화됐다. 그 결과 이들 문제 해결 없이는 당장의 경제위기 극복 등은 고사하고 21세기 창조사회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든 지경이 됐다. 대내외적인 상황으로 볼 때 머지않아 국가 경영에서 전대미문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적지 않지만 이에 대한 정치권의 위기의식은 미흡해 보인다.

박근혜 새 정부의 공약과 구호는 실현성 있는 제도 마련과 구체적인 정책으로 뒷받침돼야만 한다. 물론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민생문제 해결이다. 이번 대선에서 뚜렷하게 갈린 20305060의 표심에는 삶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공통분모로 투영돼 있다. 화려한 공약이나 정치 공세보다는 세대간, 계층간 타협과 공존을 이끌어내고 일자리, 노후, 주택, 복지, 분배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민생 밀착형 정책 개발이 우선시되고 중시되는 풍토가 정착돼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추진 못지않게 국정 파트너인 야당의 협조와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와 협력도 필요하다. 이념적으로는 보수, 중도, 진보가 함께 가면서 원칙과 상식, 신뢰가 지켜지고 존중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대통합의 정치가 열릴 것이다.

국가 위기대응 리더십도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새 정부가 직면할 외교안보 과제는 산적해 있다. 영토문제 등을 둘러싸고 주변국간 갈등이 증폭돼온 동북아 안보는 공교롭게도 남북한과 주변 4강의 리더십 교체까지 겹쳐 새로운 판짜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북한문제는 가장 불확실한 변수다.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지만, 내부적인 급변사태 발생이나 추가 도발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3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동북아 안보는 벽두부터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새 정부로서는 한반도와 동북아 주변 정세를 안정적, 주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위기대응 능력과 중장기 외교안보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외 경제상황도 여전히 불확실하다. 특히 대외적으로 세계경제의 장기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주요 수출시장의 보호주의적 성향은 더욱 거세지고 있어, 국내 경제의 힘든 상황은 새해에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지금처럼 투자와 고용이 위축된 가운데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심화되고 미래를 이끌어갈 성장산업의 육성이 늦어진다면 이웃 일본처럼 심각한 장기 저성장 침체 시대에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중장기 경제 침체상황 속에서 어둡고 힘든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큰 위기가 닥칠수록 그것을 기회로 삼아 난관을 극복하는 저력을 발휘해 왔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는 앞으로 달려 바람개비를 돌려야 한다. 나라 전체가 낙관과 긍정, 희망의 에너지로 단합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의 확고한 발판을 마련하는 한해가 돼야 한다. 우리로서는 세계경제가 어려운 지금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2013년 한해가 세대·계층·이념·지역간 갈등과 대립을 해소해 진정한 국민대통합 시대, 국민행복 시대를 여는 원년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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