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 혜 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모든 사람들이 외로운가보다. 볼 만한 영화가 많아졌기도 했지만 영화를 보면서 힐링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한다.

현실에서 불가능 한 일들이 영화에서는 실현되기 때문일까? 영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중들은 열광하며 숙연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 밖 현실은 여전히 잔혹하다.

최근에 본 레미제라블도 누구나 아는 내용을 희망의 메시지로 만들어 감동을 주었다. 빵 한쪽을 훔쳐서 감옥에 간 장발장의 출옥 이후 변신은 어려운 시민들과 함께 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사는 법을 고민하게 한다.

특히 영화는 그 당시 프랑스 젊은이들의 고민과 실패한 혁명을 보여주면서 각자의 삶의 어려움을 힐링하게 해준다.

그럼에도 왜 여성들은 연약한 딸들로,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로 표현되는지 여전히 안타깝다. 그 당시 프랑스의 사회적 상황이라 할지라도 아쉽다. 혁명의 주요 영역을 담당하는 어린 소년들도 보이지만 그 어디에도 여성은 없다.

장발장도 남성이고 혁명의 주인공들도 다 남성들이다.

정말 그 당시 여성이 없었을까? 아니면 영화에서라도 여성을 새롭게 재현할 필요가 없었을까?

그런데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들이 최근 현실로 나타났다.

현실이 잔혹하다고 말하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남성중심적인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참고로 2012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 격차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조사대상 135개국 가운데 107위 아랍 에미리트연합과 109위 쿠웨이트 사이 108위이다.

한국은 나이지리아 110, 바레인 111위 등 중동,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와 성평등지수를 나란히 한다. 경제참여율 및 기회, 정치적 권한, 교육정도, 건강/생존지수 등 4개 지표를 합산한 국가별 순위에서 한국이 하위권이라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여러모로 놀랍다. 엄청난 힐링을 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높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이 현실을 대통령의 딸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만 폄하하지 말자.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으로만 이 현실을 분석하지 말자는 것이다.

절반의 선택이라 할지라도 여성이 대통령이 되었다는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발생할 특별한 그 무엇을 위해, 그리고 서로 힐링하기 위해 이 사회는 부지런히 서로에게 변화를 주문해야 한다.

여성대통령을 만든 이 사회에게 부지런히 말을 걸어야 한다.

특히 여성대통령을 선택한 초심이 5년 동안 지속되며 남은 절반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만큼이나 이를 촉구하는 국민들의 관심이 중요하다.

진정한 여성대통령은 여성이기 때문에 되는 것이 아니라 성평등 사회에 관심 있는 국민이 있을 때 가능하다.

특히 통계로 나타나는 여성과 남성에 대한 지표 이상의, 보이지 않는 이 사회의 고통의 소리에 귀 기울일 때 여성대통령의 의미는 더욱 살아날 수 있다.

새해가 밝았다. 그 어느 때처럼 신년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작년보다 올해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낫기 위해 특별한희망을 품어본다.

그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 지금의 이 상황을 정확하게 직시해야 한다.

진정으로 힐링 하는 법, 더 이상 비참하게 하지 마소서(Les Miserables!)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이 현실을 직면할 때 가능하다. 그리고 말할 때 가능하다.

그러면 송년회에서 배운,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용서하세요!가 진정한 힐링의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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