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비대위원장에 문희상 합의추대

5선의 민주통합당 문희상 의원이 9일 대선 패배로 존립 위기에 처한 민주당을 이끌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대선 패배 이후 지도부 공백 사태 속에 극심한 혼란상을 겪어오다 대선 후 22일만에서야 우여곡절 끝에 임시 지도부 체제를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달 28일 박기춘 원내대표 취임 이후 비대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민주당의 내홍 양상이 계속돼 온 가운데 막판에 절충형 '깜짝카드'로 떠오른 문 의원이 과도기 체제의 임시 지휘봉을 잡는 것으로 당내 갈등이 일단 봉합된 셈이다.

문 의원의 비대위원장 합의추대는 '관리형 비대위'를 통해 대선 패배 충격에 빠진 당을 안정시킨 뒤 조기에 전당대회를 치르자는 당내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빠르면 3월말 예상되는 차기 전대까지 '비상대권'을 거머쥔 그에게는 안으로는 대선 패배 후유증을 추스르며 당을 재건해 나가는 한편으로 밖으로는 집권 초기의 정부·여당에 맞서 제1야당의 존재감을 찾아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주어졌다.

당장 대선 패배 이후 책임론 등을 둘러싸고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던 당내 분열상을 수습하며 당을 안착시키는 문제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주류 초·재선 일부가 주도했던 박영선 의원 추대론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치면서 계파간 정면충돌 양상은 가까스로 피해갔지만, 이번 비대위원장 선임 과정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을 고리로 한 친노·주류-비주류간 갈등이 그대로 노출된 상태다.

문 의원 역시 범친노·주류 그룹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터라 비주류 그룹이 여전히 경계감을 풀지 않고 있어 계파간 긴장은 여전히 잠복돼 있다.

대선 결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를 토대로 차기 전대까지 당을 재정비하면서 혁신과 개혁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해 나가는 것도 중대 과제이다.

일각에서 민주당 해체론이 거론될 정도로 당이 존폐 위기에 처한 가운데 환골탈태의 노력을 통해 신당 창당론 등 당 밖의 범야권세력과 결합하는 통합의 기반도 닦아야 하는 상황이다.

비대위 구성이 당내 화합과 혁신 의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는 비대위를 외부 인사가 포함된 혁신형 인사들로 꾸리고 비대위 산하에 별도의 대선평가위를 구성하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전대 룰 마련 등 공정한 전대 관리도 그의 몫이다. 당장 지난해 전대와 대선 경선 과정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모바일 투표 재도입 문제를 놓고 계파간 힘겨루기가 예고된 상황이다.

그러나 비대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민주당의 난맥상과 무기력증이 그대로 노출됨에 따라 비대위의 역할이 적잖이 힘이 빠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문 의원으로선 비대위원장 수락이 '독배'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특히 '관리형 비대위'에 방점이 찍히면서 3월말·4월초 조기 전대가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당이 벌써부터 차기 당권투쟁 국면으로 급속히 빠져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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