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진 로 취재부 차장


청주 대표 향토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마땅히 추천할만한 음식이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청주를 대표하는 향토음식으로 육성했던 청주한정식이 우리 주변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이후부터 이런 고민은 더 커졌다. 이제라도 청주를 대표할 향토음식 개발을 고민해야 할 때다.

청주한정식은 지난 2006년 청주시 민선4기 출범과 동시에 향토음식의 브랜드화를 통한 관광객 유치 방안으로 메뉴 개발에 착수해 이듬해인 20077월부터 시내 유명 한정식을 청주한정식 취급업소로 지정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메뉴는 청주시민들이 가장 즐겨 먹는 도토리묵, 버섯, 올갱이, 삼겹살, 시래기 등 5가지 향토음식으로 구성됐다.

시는 같은해 9월 이들 지정업소에 대한 행정·재정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청주시 향토음식 육성 및 관리 조례도 제정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지원 조례를 제정한 시는 청주한정식의 활성화를 위해 2010년까지 방송홍보, 극장광고, 시내버스 광고 등의 홍보비와 청주한정식 취급업소에 그릇 등 집기류를 지원하는데 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시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청주한정식은 시민들에게 외면을 당했다. 단체장의 치적 쌓기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적 특성을 살린 메뉴를 개발하지도 못한 채 성급하게 사업 추진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주한정식의 성공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시의회는 2010년 청주한정식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에 이르렀다. 청주한정식 활성화를 위해 투자한 시민의 세금 3억원은 현재 판매 업소로 지정된 12개 음식점에 부착돼 있는 명패가 전부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4년간 추진한 청주한정식이 사실상 중지됐지만 청주한정식의 홍보와 메뉴 등 기본적인 사업 체계가 마련된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을 메뉴를 개발하고 보완한다면 많은 예산을 투입하지 않고도 청주를 대표할 향토음식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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