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전화기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번호가 입력되어 있다. 30여년을 교직에 있었으니 주변에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제자들이 가장 많고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이 버금으로 많다. 요즘은 크리스마스나 명절이 되면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 톡으로 인사를 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도 그 중 하나다. 사실 명절 즈음에는 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는 문자도착 알림과 카카오 톡의 수신알림이 다른 일을 못하게 하기도 한다. 오죽하면 그날은 껐다가 다음날 켜기도 한다.

그러면 한꺼번에 우수수 열리는 소리가 벼락소리처럼 들린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은 판단하지 못하겠다. 편하기는 하지만 정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전화나 편지로 연락하던 시절에 비해 인간미가 떨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한 동안 잊고 지냈던 지인한테 눈치 안 보고 안부를 전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듯하다.

다문화가정의 여성들은 한국에서 알고 있는 사람의 숫자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주변에 사는 자국인 이주여성과 남편의 지인들, 그리고 한글 교실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들이 고작이다. 그러니 한국에서의 삶이 외로울 수밖에 없다.

얼마 전부터 필자의 전화기에 틈만 나면 게임 초대하는 카카오 톡이 메시지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처음에는 제자들이 초대를 많이 했다. 그러면 늘 한마디씩 해서 돌려보낸다. “아그야! 난 게임을 못 햐. 미안혀하고 답장을 보내주곤 하였다. 그리고 한 동안 지나고 나서 이번엔 모르는 이름들로 게임 초대가 많이 들어온다. 필자의 손전화에 입력된 이주여성의 전화번호는 100개 내외이다.

그러나 그 이름을 다 알 수는 없고, 한글지도자반에서 수업을 들었거나, 무지개 교실의 인연, 다문화한글교실의 인연 등으로 알고 있는 제자급의 여성들이다. 애석하게도 이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하고, 중간에 한국어로 개명한 사람들도 많아서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오늘 아침에도 정균(가명) 엄마로부터 ‘[모두의 게임] ‘000’님이 모두의 게임을 ‘Tae-ho Choi’님과 함게 하고 싶어합니다라는 카카오 톡 문자가 왔다. 이거 외에도 다함께 차차0’, [퀴즈0 ], ‘애니0’ 등등 정말 정신없이 초대한다. 초대가 다 좋은 것은 아닌 게 확실하다. 참고로 필자는 라스베이거스에 살면서도 게임을 해보지 못한 쑥맥(?)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게임이 한국 사회에 만연했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알기로는 애니0’ 이라고 하는 게임이 한 때 한국을 뒤흔들더니 그 후로 숱한 게임들이 개발되고 사라지고를 반복한 모양이다. 그것이 이제 다문화 사회에 파급되어 추운 겨울 할 일은 별로 없으니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게임이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몰두하면 몸과 마음에 병을 가져올 수 있는 조심해야 할 질병의 원인이다. 수업 중에도 문자 주고받는 학생들을 보면 짜증이 난다. 집에서 게임만 하는 아내를 보면 남편들의 마음이 어떨까 걱정된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남편이 게임만 하고 있으면 당연히 화가 날 것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서 게임은 자제해야 한다.

한 때는 고스톱이라는 화투놀이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이주여성들이 모여서 틈만 나면 그런 걸 즐긴다고 남편들이 투정부리던 시절이 있었다. 지난 가을 이야기다.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게임 열풍에 빠져 들어가고 있어서 조금은 불안하다.

역차별 이야기가 나오고, 그 동안 억눌렸던 울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주 여성들의 작은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적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한국어나 한국문화 공부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겠지만 다양한 통로를 만들어 울결을 풀고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냥 방치하면 이번에는 모자가 게임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는 가정 해체의 현장을 목격할 수도 있다.

정균엄마! 이제 지발 그만 보내유, 나는 게임할 줄 물러유~~~..

(지면을 통해 카톡문자로 대신합니다.)

<중부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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